영화 <알라딘>
재밌다는 소문이 파다한 영화 ‘알라딘’을 오늘에서야 보고 왔다. 꽤 오래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영화라서 실사판까지 굳이 찾아서 볼 노력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3-4시간을 비워두기 어려운 요즘이라 그렇게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외국에 살고 있는 오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왔고, 며칠 뒤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분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봤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화관으로 향했다.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아슬아슬 긴장되는 부분도 있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도 많아서 128분이란 제법 긴 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번갯불에 팝콘 튀겨먹듯 느닷없이 보게 된 영화였지만 그렇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스러운 영화였다. 영화를 선택하는 개인적인 취향은 첫째, 보고 나면 기분 좋은 영화 둘째,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없는 영화 셋째,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인데 ‘알라딘’은 그 세 가지 모두를 만족시켜주었다. 특히 (남이 하는) 노래와 춤을 워낙 좋아해서 귀에 익은 OST와 흥겨운 춤도 별표 추가에 한몫을 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존재감이 넘치는 인물로 ‘지니’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 역시 예전보다 입체적으로 표현된 지니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만 년이란 시간을 살면서 이런 주인 저런 주인을 만나서 그런가? 세상의 이치와 속성을 깨우쳐버린 철학자 같은 면모를 보여주다가도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은 사랑스럽기도 했다. 특히 예측 가능했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가슴 벅찬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지니가 알라딘에게 자신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명대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돈과 권력은 만족이 없어.”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믿을 뿐이야.” 등의 대사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참 이상했던 건, 뻔히 알고 있던 지니의 대사인 “당신의 소원 3가지는 무엇인가요?”를 듣는 순간 느꼈던 감정이다. 그 말은 분명 지니가 알라딘에게 한 것인데 어쩐지 나에게 묻는 것 같은 기분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난 뭘 이루어달라고 해야 할지 저절로 머릿속이 굴러가는 통에 잠시 흐름을 놓쳐서 어이없기도 했다. 소녀시대도 한쪽 다리를 쭉쭉 뻗어가며 “소원을 말해보라” 했건만 왜 이번에 나타난 지니의 물음은 이리도 절실하고 먹먹하게 다가온 것일까?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측은하게도 이제는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루기 어려운 나이가 됐다는 실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새롭게 뭔가 시도하려 했던 지난 몇 달의 고민을 조금씩 포기하고 있던 차에 지니가 나타나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니 옳다구나 싶었던 모양이다. 이제야말로 어쩔 수 없이 나의 한계와 나이의 압박을 인정하게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시도하려던 것이 지니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루고 싶은 계획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그것만 이뤄지면 좀 더 행복해지는지, 다른 욕심이 또 올라오지는 않을지 말이다. 소원이 왜 3개냐고 묻는 알라딘에게 지니가 대답한다. “소원은 끝이 없지.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되거든.” 내 기억이 맞는지, 지니의 말처럼 내가 듣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지니의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나의 소망. 소원이라고 말하는 순간 도무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운 바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이 마음과 희망을 계속 품어도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