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나의 이사 이야기 - 2 D - 7 years ago
신도시 바람이 한창이던 10년 전, 우리 부부도 청약 신청을 했다. 당장 이사할 계획은 아니었지만 지은 지 20년이 넘어가는 아파트에 살던 터라 다음번에는 새 집에 ‘입주’라는 걸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로 저지른 일이었다. 그때 분양한 신도시 중 살고 있는 집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라서 물리적 거리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 그간의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설마 당첨되겠어?’ 싶은 마음도 얼마간 작용한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순순히 청약 열풍에 휩쓸렸다.
우리가 청약을 넣은 아파트도 200대 1의 어마 무시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시나 그렇지’ 싶어 손톱만큼 남아 있던 기대도 내려놨다. 그런데 웬걸,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생전 처음 넣은 청약이 덜컥 당첨됐다. 추첨이 끝나자마자 흔히 프리미엄이라 부르는 웃돈이 분양가에 얹어졌다. 당첨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은 로또 당첨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주변의 반응에 뭔가 큰일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앉아서 돈 번 것 같은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대출 이자와 세금 같은 갖가지 비용은 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줄 알았던 걸까? 생전 처음 시도한 청약 당첨의 행운(?)에 취해서 마냥 흐뭇한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분양가를 웃돌던 아파트 시세는 입주 시점이 다가올수록 떨어졌다. 당초 예정됐던 지하철과 각종 기관, 생활 기반 시설 유치 계획이 변경되거나 지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조성된 다른 구의 신도시로 시의 지원 등이 몰릴 거라는 소문이 있었고 몇몇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양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렇다 할 여윳돈을 갖고 저지른 일이 아니라서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급한 불은 대출을 받아서 껐다.
대출금 이자를 갚아가며 꾸역꾸역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입주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잔금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잔금을 마련해 이사하거나 분양받은 새 집을 포기해야 했다. 어느 쪽 선택도 쉽지 않았다. 당장 이사하기엔 아이들 전학 문제가 걸렸고 신도시 입주여건도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팔자니 손해가 너무 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고민만 하다가 일단 전세를 놓기로 했다.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후쯤이면 분양가는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기대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도시의 새집이라는 조건 때문인지 전세 수요는 많았고 내놓기가 무섭게 세입자가 나타났다. 새 집에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전세를 줘야 한다는 건 못내 아쉬운 일이었지만 새 집은 손에 쥐고 있기엔 ‘너무 뜨거운 감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