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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향한 기도.

삼겹살 한 근에 얼마예요?

고향에 계신 나의 어머니도

100그램에 600원 하는 삼겹살을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도

신선한 선홍빛의 삼겹살을 드시길 희망합니다


나, 고향에 돌아가걸랑

내가 먹는 삼겹살

1킬로그램에 3000원이 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도르트문트 일반 마트의 돼지고기 가격. 부위마다 값이 다르지만 1kg당 3유로 ~ 6유로 선이다 (1유로 = 약 1,300원)


마트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도시마다 다른 제철과일은 도시의 향과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같은 콜라라도 독일어로 포장된 것과 스페인어로 쓰인 콜라의 맛은 다르게 느껴진다. 제조 공장이 다르다면 실제로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민감한 미각을 갖고 있지는 않으니 분명 기분 탓이다. 그 밖에도 과자, 맥주와 와인 등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제품들을 볼 때마다 늘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기분이다. 스페인에서는 올리브를 잔뜩 먹고 프랑스에서는 치즈 파티를 열었다. 이태리에서는 와인맛에 눈을 떴고 독일에서는 선홍빛 돼지고기에 매료되었다. 마트 구경을 즐기면서 항상 느끼지만 유럽 마트의 식료품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고 신선하다. 다만 외식 물가가 비싸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유럽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유럽은 어느 식당을 가도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기본 2천 원 정도의 물값을 지불해야 한다. 식당에서 무자비한 물값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외식의 가격 경쟁에서는 대한민국의 승리일 것이다.


외식보다 요리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대한민국의 마트 물가는 굉장히 불리한 요건이다. 반면 독일 정육점의 고기 값을 보면 벌써 어떤 요리를 할지 설렌다. 100그램에 600원 하는 싱싱한 돼지고기라니. 저것이 냉동되어 한국에 넘어오면 1500원은 족히 넘어갈 것을 생각해 보라. 독일 사람들은 어찌 매일 삼겹살을 먹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독일은 축산업 시스템이 매우 체계적이고 빨라 고기들이 대체적으로 매우 신선하다. 마트에서 맷(Mett)이라는 돼지 생고기를 파는데 돼지의 생고기는 아주 싱싱한 상태에서만 섭취가 가능하기에 맷은 독일 축산업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식재료라 볼 수 있다. 맷은 생 돼지고기를 간 형태로서 잘게 자른 양파, 후추와 함께 빵에 발라 먹는다. 유통기한이 짧아 일반적으로 구매일에 바로 먹으며 맛은 식감이 매우 부드러운 육회 느낌이다. 씹는 맛이 거의 없고 고기의 느낌은 나지만 돼지 특유의 향은 거의 없다. 독일 여행을 하게 되면 도전해 볼만한 음식이다.


내일은 목살을 사러 갈 것이다. 목살은 삼겹살에 비해 조금 더 비싸지만 한국보다는 여전히 훨씬 저렴하다. 한국의 돼지고기 값이 더 이상 비싸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살을 구워보려 한다.


독일에서의 소소하고 행복한 맥주타임 : 파울라너 맥주, 치즈누룽지, 완두콩, 소시지, 감자칩 - 총 1만원도 넘지 않는다.
빵 위에 펴 바른 맷. 잘게 썰은 양파나 후추를 추가로 뿌려 먹는다.
몸은 독일에 있지만 입과 혀는 잠시 한국 여행을 갔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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