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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 가면.


포르투에 가면

부드럽고 달콤한 에그타르트를 드세요


포르투에 가면

뜨겁고 진한 커피를 마셔봐요


날이 부시게 밝을 때

달달한 와인을 마셔요


그리고는 다리에 올라 풍경을 들이켜요

해가 넘어갈 때

고개도 함께 넘어갈 만큼 취해버리면


강 뒤로 넘어가는 해를 꺼내어 먹어요


해가 넘어가는 도나우 강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디저트를 먹고 난 후 혀에 남아있는 단맛이 찝찝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디저트를 좋아한다. 먹고 난 후 찝찝한 것은 사실이지만 달콤한 맛을 헤엄치는 순간은 아주 행복하다. 그럼에도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수년간 스스로 세뇌시켰다. 조금이나마 몸에 지방을 덜 붙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었다. 디저트를 먹지 않는다고 복근이 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죄책감은 덜 수 있었다.


포르투는 에그타르트의 고향이다. 노랗고 바삭한 빵 위에 부드러운 달걀크림이 얹혀 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달걀크림이 녹으며 고소한 버터향이 입 속에 가득 채운다. 한국에서 맛있다는 에그타르트를 먹어봤지만 포르투의 평범한 카페에서 주문한 타르트의 맛이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방송용 멘트를 던지듯이 과장하여 말하자면 해 질 녘 넘어가는 태양이 달콤하면서 부드럽게 삼켜지는 기분이다. 가격도 1유로 남짓하여 매우 저렴하다. 포르투에 살았다면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을 맛과 가격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그타르트의 맛



포르투는 와인도 매우 유명하다. 포르투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과 다르게 20도가량의 강한 알코올 함량과 동시에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17세기 경 프랑스에서 와인을 수입하던 영국이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하며 와인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포르투에서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프랑스보다 긴 배송거리로 인해 와인이 상하지 않도록 더 달고 도수가 높게 만들었고 이것이 포르투 와인 특유의 맛이 시작된 배경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양조장 체험인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하면 역사와 제조과정을 들을 수 있으며 끝난 후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모두 와인이다



적어보이지만 20도가 넘기 때문에 방심하면 눈 풀린다


시음한 와인은 세 잔뿐이었지만 도수가 높아서 그런지 살짝 취기가 오른다. 양조장에서 나오니 대낮이었던 날이 조금 저물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바람에서 포도향이 나는 듯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도루 강으로 향했다. 마치 우리 동네인 마냥 자연스럽게 루이스 다리에 올라가자 서서히 해가진다.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본다. 수첩을 꺼내고 펜을 든다. 날이 저문다. 하루가 기울다.


도루 강의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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