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에 마주할 때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 길이 맞는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 익숙했던 자리에서도 낯섦을 느끼고, 확신했던 선택 앞에서 회의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탓하거나, 삶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정체성의 혼란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더 깊은 자기를 향해 나아가려는 신호일 수 있다.
정체성의 혼란은 정체성의 붕괴가 아니라 재정립의 과정이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역할, 타인의 기대, 사회적 기준이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기준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마치 헌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기 전의 잠깐의 망설임처럼.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혼란의 시기를 어떻게 지나갈 수 있을까? 퇴계의 성학십도에서 사명은 이럴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한다. 혼란을 지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첫째,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나 자신 같았는가?” 이 질문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가장 살아 있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역할이나 결과보다 그 순간의 느낌에 집중해 보라. 누군가를 도왔던 순간일 수도 있고, 혼자 책을 읽던 고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순간은 당신의 본질과 연결된 시간이다. 그곳에 당신의 진짜 자아가 숨어 있다.
둘째, “나는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감동하는가?” 우리의 감정은 가치관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살피면,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보인다. 타인의 고통에 분노하는가,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는가, 혹은 누군가의 성장을 보면 눈물이 나는가. 그 감정의 흐름은 당신의 정체성을 향한 길잡이다.
셋째,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 준다. 직업이나 지위가 아니라,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친절한 사람", "듣는 힘이 있는 사람",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질문은 미래의 나가 오늘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세 가지 질문은 혼란을 없애주는 해답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중심을 찾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확신하며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질문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길 위에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다.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흔들림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이자,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의 일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당신은 점점 더 단단하고, 더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