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경(敬)’으로 시작하라

정신의 중심 잡기

by 이재현

하루의 시작은 그날의 기분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이끄는 힘이 된다. 퇴계 이황은 이 중요한 하루의 문을 단 하나의 마음가짐으로 열었다. 그것이 바로 ‘경(敬)’이다. 공경할 경(敬)은 공손함이나 예의의 표현을 넘어선다. 퇴계에게 경은 존재의 중심을 지키는 힘이었고,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정신의 축이었다.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를 살피며,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태도. 그는 이 경의 마음으로 하루를 열었고, 그 하루를 끝까지 정성스레 이어갔다.


퇴계의 아침은 아직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기도 전, 마음을 다잡는 고요한 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는 어제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오늘의 뜻을 마음에 새겼다. 이어 세수를 하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단정한 외형을 통해 내면의 질서를 회복했다.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닌, 마음을 조율하는 실천이었다. 경은 그렇게 하루의 첫 순간부터 몸과 마음 전체를 가다듬는 길잡이가 되었다.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성현들의 말씀을 마주하는 시간도 경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퇴계는 공자의 가르침, 맹자의 문장을 마치 눈앞에서 듣는 듯한 마음으로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 독서는 단지 지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정신을 밝히고 삶의 방향을 조율하는 일이었다. 경이란 곧 ‘자신을 깨우는 독서’이며, ‘존재를 고요히 정립하는 행위’였다.


오늘날 우리의 아침은 어떤 모습인가.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아직 중심도 잡지 못한 채 바쁜 일상으로 몸을 던지기 일쑤다. 퇴계의 아침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 당신의 하루는 어떤 마음으로 시작되고 있는가?"


경으로 하루를 연다는 것은 규범적인 태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흐트러진 삶을 다시 정돈하는 내면의 리추얼이며, 정신의 중심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단정한 자세로 숨을 고르고, 오늘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조용히 그려보는 짧은 실천. 그 행위 하나로 하루 전체의 질서가 달라지고, 인생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이렇게 시작해 볼 수 있다. 알람을 끄고 난 뒤, 1분간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해 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 어떤 정신으로 하루를 열 것인지 떠올려보자. 세수와 옷매무새를 정갈히 하며, "나는 지금 경(敬)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여 보자. 몸의 흐트러짐을 가다듬는 행위가 곧 정신을 정돈하는 일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노트에 오늘 하루 마음에 새기고 싶은 한 문장을 적어보자. 그것이 성현의 말씀이어도 좋고, 자신만의 다짐이어도 좋다.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중심이 되어줄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잊지 말자. 지금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내가 오늘 하루 가장 공경하고 싶은 대상은 누구 혹은 무엇인가? 외부의 소음보다 내면의 중심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이러한 짧은 실천과 질문은 하루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단단한 뿌리가 된다. 퇴계의 ‘경’은 결코 옛사람의 진부한 교훈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다시 살아내야 할 태도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당신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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