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 먼저 하기
한 사람이 하루에 마주하는 정보량은 과거 수백 년 전 사람의 일생에 해당할 만큼 많다고 한다. 스마트폰, 이메일, 알림, 광고, 소셜 미디어… 우리는 어느새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주의력의 전쟁터’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를 분별하고, 깊이 집중하는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진짜 자산은 시간보다 주의력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주의력은 의식적인 훈련 없이는 쉽게 파편화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누군가의 메시지, 플랫폼의 추천,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에 반응하며 ‘산만하게 바쁜 상태’를 유지한다. 문제는 이렇게 바쁜 하루 끝에, 정작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는 공허함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주의력은 곧 나의 삶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향타다. 우리가 하루 동안 무엇에 집중했는가가 곧 우리의 삶을 이루는 내용이 된다. 퇴계 이황은 아침에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성현의 말씀을 정성스럽게 대했다. 그의 일상에는 정보의 넘침도, 선택의 혼란도 없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집중력과 자기 조율의 힘이 요구되었다. 그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매 순간 깨어 있으려 애썼고, 그것이 바로 ‘경(敬)’의 실천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경(敬)'은 바로 주의력을 지키는 일이다. 스마트폰을 켜기 전, 어떤 앱을 왜 열고자 하는지 의식하는 것. 회의 중 떠오른 다른 일을 바로 처리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것. 책 한 권을 읽을 때, 알림 없이 한 문단을 끝까지 읽는 것. 이 작은 집중이 쌓여 인생을 다르게 만든다.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의력이 언제 가장 약해지는지를 스스로 아는 일이다. 피곤할 때, 불안할 때, 지루할 때 우리는 집중을 잃고, 의미 없는 콘텐츠로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주의력을 지키는 첫걸음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내가 주의력을 잃는 순간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리추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보다, 내 주의력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하루 10분이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오직 한 가지 일에 몰입해 보자. 그 시간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삶의 중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켜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이걸 왜 열려고 하는가?" 잠깐의 멈춤이 주의력을 지켜주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또한 하루가 끝나면 스스로 돌아보자. "나는 오늘 어디에 가장 많은 주의를 썼는가? 그 시간은 내 삶을 나답게 만들어주었는가?"
주의력은 곧 나다움을 지키는 힘이다. 디지털의 소음 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시대의 리더십은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