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화 만들기

옳고 그름을 넘어서,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by 이재현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지’를 배우며 자란다. 시험에는 정답이 있고, 규칙에는 예외가 없다. 이런 경험은 사회화의 중요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무의식적인 이분법 사고방식을 심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삶 속에서도 누군가의 생각이나 행동이 내 것과 다를 때, 무의식 중에 그것을 ‘틀렸다’고 여기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차이가 틀림은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이 단순한 깨달음이 바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출발점이자, 창의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문이다.


‘틀림’은 판단을 전제로 한다. 누군가의 방식이 나와 다르면, 그 사람을 고치려 하거나 설득하려 한다. 왜냐하면 내 기준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름’은 판단보다 이해와 존중을 전제한다. 다르다는 것은 나와 다른 배경, 다른 생각, 다른 삶의 맥락이 있다는 뜻이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공존하려는 태도로 전환된다.


사회나 조직, 공동체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다름의 문화’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창의적인 제안이나 문제 제기는 불편한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구성원들은 침묵하게 되고, 조직은 획일화되며, 변화에 둔감해진다. 반면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력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더라도 그것이 비난이나 배척으로 이어지지 않고, 새로운 대화와 조율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는 제도보다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말의 톤, 질문의 방식, 경청의 자세, 피드백의 언어 하나하나가 ‘틀림’과 ‘다름’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그건 틀렸어” 대신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 “이해가 안 돼” 대신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을까?”라는 말은 다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것은 교육, 대화, 회의, 공동체 활동 등 모든 인간관계의 장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자 존중의 언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세대 간의 간극, 문화적 배경의 차이, 사고방식의 다양성은 이제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답을 강요하는 문화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배우는 문화다.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고, 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다름의 문화는 다양성의 수용을 넘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다. 그 태도는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당신은 나와 달라서 소중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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