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주인이 되는 법

마음이 성정을 통제한다

by 이재현

퇴계 이황은 「성학십도」의 여덟 번째 도인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에서 “마음(心)이 성정(性情)을 통제한다”고 했다. 여기서 ‘통(統)’은 억누름이 아니라 조화롭게 다스림을 뜻한다. 인간의 마음은 하늘이 부여한 본성(性)을 품고 있지만, 외부의 자극과 욕망이 일어날 때 정(情)으로 드러난다. 이때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감정은 흐르되 흐트러지지 않고, 분노도 올바른 판단 안에서 쓰인다. 퇴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수양’이란 감정의 주인이 되는 훈련이라고 보았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다니엘 골먼이 말한 ‘감정지능(EQ)’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퇴계의 사유는 이보다 한층 깊다. 그는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본성을 깨닫는 공부를 강조한다. 즉, 감정의 주인이 되려면 외적 통제가 아니라 내면의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성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제5습관, “먼저 이해하고, 그다음에 이해시켜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평정하게 유지하는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분노한 상태에서 공감은 불가능하고, 불안한 마음으로는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들을 수 없다. 코비는 이를 ‘감정의 자기 관리(Self-Mastery)’라 부른다. 이는 퇴계가 말한 ‘심통성정(心統性情)’의 현대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AI 시대의 리더십 또한 이 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모방할 수 있지만, 감정을 통제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힘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다. 알고리즘은 반응하지만, 리더는 공감하고 성찰한다. 감정의 주인이 된 사람만이 기술의 시대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오늘의 리더가 배워야 할 첫 덕목은 ‘감정 관리’가 아니라 ‘마음공부’다. 내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것이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것이 퇴계가 말한 ‘심통성정’의 수양이며, 코비가 강조한 ‘내면으로부터의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마음이 성정을 통제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리더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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