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란
우리는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녀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반려견을 사랑한다고 하며,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정리하여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일상적으로 사용해 그 특별한 의미를 잃어버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자 스캇펙 박사는 [아직도 가야할 길] 2부에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 사랑에 대한 정의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 후 나는 자신 있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사랑에 대한 정의
사랑이란, 자기 자신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며 행동이다.
사랑은 정신적 성장이 그 목적입니다. 사랑은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는 진화의 과정이기에 힘든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노력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남을 위한 사랑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 성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자녀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 된 결과입니다. 사랑은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입니다.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인식
사랑에 빠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기에 의지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사랑에 빠진다고 개인의 한계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며, 사랑에 빠지는 경험이 그 사람의 정신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환상 같은 것입니다. 다만 참사랑에 도달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기는 합니다.
의존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의존성이란 상대방이 자기를 열심히 돌봐준다는 확신 없이는 적절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거나 자기가 완전하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은 만족과 행복을 갈망합니다. 그러나 성장과 그에 따르는 고통은 견디려고 하지 않습니다. 의존성의 특징은 정신적 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성 본능’ 또는 ‘부모로서의 본능’은 사랑에 빠지는 본능과 비슷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랑은 상대적으로 노력이 별로 들지 않고, 전적으로 의지에 따르거나 선택에 따른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자신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이것은 자기희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확대인 것입니다. 순수한 사랑은 자기를 채워 나가는 활동입니다.
사랑은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의 느낌은 애착을 수반합니다. 애착 과정을 통해 하나의 상대가 우리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 속에서 사랑한다는 느낌의 증거를 찾는 것은 쉽고 즐거운 일이지만 행동 속에서 사랑의 증거를 찾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참사랑이란 의지적인 행동이며 그것은 사랑의 순간적인 느낌이나 단순한 애착의 단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사랑이란 행동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은 선과 악처럼 객관적인 것이지 주관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은 깊이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관심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좋은 방법은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관심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듣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정말 잘 들으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완전한 집중을 요구하기에 어떤 사람의 말을 참으로 듣고 있으면서 동시에 또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참으로 들어 주는 일은 진정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타성에 젖어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하고(노력),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을 확대하는 것은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일을 하고 변화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변화하고자 한다면 두려움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으로 인한 위협에 저항하는데 머물지 않고 뛰쳐나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떤 단계의 정신적 성장이든 항상 용기를 필요로 하며 그래서 사랑은 모험입니다.
모든 삶은 그 자체에 무수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위험 중 가장 큰 위험은 성장에 따르는 위험입니다. 성장이란 어린아이가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며, 그것은 한걸음 살짝 내딛는 것이 아니라 두렵게도 단숨에 도약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평생 동안 제대로 성장을 실행해 보지도 못합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어른으로 보이지만 대다수의 ‘어른들’이 심리적으로 죽을 때까지 아이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은 자신을 위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시도할 용기도 선사합니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존중을 받은 사람은 가슴 깊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안정감을 기반으로 부모의 기대에 항거할 수도 있고, 부모가 가르쳐준 생활 양식을 근본적으로 떨쳐 버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심리적 독립과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어 완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을 선택해 나가는 사람만이 자유로이 정상적인 성장의 길을 따라 전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두터운 책임감 같은 것
진정한 사랑의 관계라면 그 안에 언제나 책임감이 내재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에 대해 참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로지 끊임없는 관계를 통해서만 그러한 성장을 복돋워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현실에 대한 지도와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새로운 차원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변화시켜 사랑이 가득찬 삶을 영위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험들을 반드시 감행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정신적 성장이라는 여로에는 많은 기점들이 있습니다. 혼자든 그를 도와주는 치료자(부모)와 함께든 간에 자기의 새로운 세계관에 따라서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취해야만 그 기점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것은 – 그 사람이 이전에 행동하던 것과 달리 행동하는 것은- 아마도 그 사람에게 보통 이상의 모험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공적인 부모가 되려면 아이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용기와 똑같은 책임감을 갖고 변화라는 모험에 도전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건전한 요구에 응답해 주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바로 보도록 일깨우는 힘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한 자세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좋은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칭찬을 한다든지, 관심을 기울인다든지, 얘기를 한다든지 또는 사실을 바로 보도록 일깨워 주는 것이 더 호의적으로 반응할 것 같다든지 등등을 그 아이의 성격과 능력에 맞추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사태를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 사실에 직면시키게 한다면, 그것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더 나쁜 결과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을 잘 듣게 하고 싶으면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을 주려면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전달되도록 맞추어야 한다.
사랑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더 겸손해집니다. 내게 무슨 권한이 있기에 나의 아이, 내 남편(또는 아내)에 대해 감히 결정을 할 수 있는가? 누가 감히 자신의 판단을 믿고 이 세상을 자기 의지대로 이끌 수 있는가? 내가 무엇이기에 하느님 행세를 하는가? 바로 이것이 모험입니다. 대개의 부모, 선생들 지도자들은 – 권력을 행사하는 대부분의 우리들 – 바로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드뭅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완전한 자기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우리의 역할이 하느님과 같은 신의 역할임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행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랑은 훈련 되는 것
자기 훈련은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며,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훈련된 행동을 합니다. 내가 참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내 행동을 어떻게 해서든 교정하고 그 사람의 정신적 성장에 최대한 이바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은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감정은 우리가 삶의 과업을 성취할 수 만들어 주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적절하게 다루는 데에는 복잡하지만 균형 잡힌 중용의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비판과 적절한 조절을 필요로 합니다. 감정 중에서 분명 훈련되어야 하는 것은 사랑의 감정입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순간적인 애착이나 정신 집중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신 집중이 장차 가져다 줄 창조적인 힘을 위해서 이것은 존중되고 길러져야 합니다. 이것이 제멋대로 가게 놔두면 그 결과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혼란과 비생산성을 낳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아의 확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대한 양의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커집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다시 채우는 것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도우면 도울수록 내 자신의 정신적 성장도 더욱더 촉진됩니다. 내가 사랑을 통해 성장함에 따라 내 기쁨도 계속해서 증대될 것이다.
사랑은 분리됨에 있다.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촉진하는 행동이 자신의 성장을 촉진 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주요 특징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구별이 언제나 유지되고 보존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대를 전적으로 나와 다른 개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 인지합니다. 항상 사랑하는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그 개성을 격려해 줍니다. 상대방과 나와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할 때 불필요한 고통과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분리된 개체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결혼을 포함한 모든 친근한 관계도 방해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 또는 상실의 위험에 직면하면서까지 독립성을 길러 주려고 애씁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이며 정상으로 올라가는 이 고독한 여행은 혼자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적인 결혼이나 사회의 지지 없이는 이 중요한 여행을 의미 있게 성취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과 사회는 그러한 개인의 여행을 지지해 주려는 목적으로 존재합니다.
** 사랑은 단순히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지각 있게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각 있게 칭찬하고 지각 있게 비판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평안하게 해 주는 것과 더불어 지각 있게 논쟁하고, 투쟁하고, 맞서고, 몰아대고 밀고 당기는 것이다. 그것은 ‘지도’를 필요로 하는 관계다. 지각 있다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판단은 본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