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아빠가 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결혼하고 4년이 지나서야 나는 아빠가 되었는데, 너는 3년 만에 아빠가 되는구나. 나는 내가 할아버지가 못 되면 어쩌나 하고 은근 걱정했는데 이젠 한시름 놓게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니 누구의 아들이었고 언제부터는 누구의 남편이 되었고, 그리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제 곧 할아버지가 되겠지. 인생이란 이렇게 세월과 함께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해나가는 한 편의 서사시라는 생각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 힘겨워 고통 속에 살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슬기롭게 해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간다.
현경이와 나와의 처음 만남, 기쁨과 환희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으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는다는 기쁨과 고귀한 한 생명을 맞이하는 엄숙함이 함께하는 순간이었다. 현경이 아빠가 되었다는 것은 축복이었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경이는 나에게 기쁨이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삶으로부터의 축복이다. 그러나 그 축복은 과제와 함께 우리에게 온다.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 우리에게 맡겨지는 것이다. 그 고귀한 생명이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이고 공기이고,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행동을 아이는 그대로 배울 것이다. 과연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은 아이가 따라도 좋을 만큼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누구든 부모는 될 수 있으나 모두가 좋은 부모가 되지는 못한다.
나는 아무 준비 없이 현경이 아빠가 되었다. 누구도 나에게 아빠가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나 또한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이 다하는 아빠 노릇 난들 못 할까 하는 자만심이었겠지. 현경이가 크면서 갈등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서로를 힘들게 했다. 그때 내 앞에 스캇 펙 박사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나타났다. 나는 책을 통하여 부모가 되는 법을 배웠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함께 성장해나갔다. “좋은 아빠가 되려거든 좋은 남편이 되어라, 좋은 남편이 되려거든 좋은 아빠가 되어라.” 아빠와 남편으로서 살아오는 동안 나는 이 말을 가슴에서 놓지 않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반복되며 확인한 것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었다. 노력하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소중한 것을 받았고, 노력 없이 얻은 것은 반드시 후에 대가를 치렀다. 사랑하는 것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삶을 통하여 배웠다. 그 능력은 자신의 삶 안에서 행한 노력의 결과로 스스로 얻어지는 것이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배우고 실행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를 변화시켜 나갔다.
앤소니! 내가 처음 너에게 보낸 편지 기억하니? 너와 현경이가 부부 됨을 축하하며 우리가 가족이 되었다는 기쁨을 담아 편지를 보냈었지. 이제 네가 아빠 됨을 축하하고 내가 할아버지가 된다는 기쁜 마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너희가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듯이 멋진 부모가 되리라는 것을 안다. 나 또한 좋은 할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맙다, 앤소니. 나에게 할아버지가 되는 기회를 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