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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Mar 02. 2022

22-2. 호텔 해운대

Hugo Books _ 우고의 서재

22-2. 호텔 해운대


 지방이라는 단어에 포함되어있는 서울 중심의 세계관을 무척이나 혐오한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수도 중심의 국가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만큼 메트로폴리스에 의한 메트로폴리탄을 보여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서평에 앞서 이 글에서는 지방을 지역으로 달리 표현하겠다.

 

 얼마전 sns에 올라온 글이 생각난다. 서울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잡히는 약속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데 본인이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약속에 참석하면 한 달내내 자신의 노고(?!)를 스스로 치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지난 주에 너희 만나기 위해서 두 시간 거리를 갔잖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서울 중심의 세계관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권위를 하사하기도 한다. sns에서 읽은 또 다른 글에는 서울 사람들이 주소를 쓸 때 ‘서울특별시’, ‘서울시’라는 가장 큰 단위의 지역을 쓰지 않고 바로 ‘관악구’, ‘종로구’ 같은 구 단위를 쓴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 일을 몇 번 겪었는데, <마드리드 0km> 펀딩이 성공해 독자분들에게 책을 배송할 때 였다. 위에서 말한 관악구나 종로구는 그나마 서울시에만 있는 지명이라 혼선이 없었지만, ‘중구’, ‘강서구’ 같은 지명은 광역 단위의 많은 도시에서 사용하고 있어 뒤의 주소까지 마저 확인한 후, 택배사로 넘겨줄 엑셀 파일에 별도로 기입해야만 했다.


 오선영 작가의 <호텔 해운대>는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문 24p 발췌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부산에서 살고 있는 민우는 앞으로도 부산에서 쭉 살고 싶어 했다. ‘인서울’, ‘인수도권’을 외치며 다른 지역으로 취업을 꿈꾸는 이도 많았지만 지방에 사는 이십대가 모두 똑같은 희망사항을 지닌 건 아니었다. 민우에게 ‘인서울’은 ‘아웃부산’의 다른 말이었다. 부산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살아온 터전에서 추방됨을 뜻했다.”


 이 부분에서 너무 큰 공감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고향은 태어난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 단어 안에는 그의 삶이 담겨져 있다. 가족, 친구를 넘어 안정감을 제공하는 환경과 유대 등 다양한 것이 고향에 있다.


 나 또한 사랑해마지않는 내 고향 경주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똥개도 자기 동네에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누가 고향을 떠나고 싶겠냐는 말이다.(물론 수도에서 살아보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하고 그들의 도전을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하고 존경한다.) 지역에서 서울로 떠난다는 것은, 1,000만 인구 속에 나 홀로 놓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연고가 있으면 초기에 적응하는데 아주 작은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순간 이방인으로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찾아온다. 


 매년 한 해 동안 지방(매체의 표현에 따라)을 떠나는 청년들의 숫자가 발표되며 지방 도시의 소멸을 우려하는 뉴스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사실 나는 이러한 기사들이 진정으로 지역을 걱정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내전을 겪어 혹은 기회를 찾아 고국을 떠나는 난민들의 행렬를 바라보는 냉소의 시선이 느껴진다. 나아가 4대문 밖에서 생선을 팔든, 약재를 팔든, 옷감을 팔든 절대로 도성 근처는 내어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부산-서울로 시선이 오가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지역 출판사 직원에게 향하는 혐오의 시선, 지역에서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애쓰다 심장마비로 쓸쓸히 죽어간 선배,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부산-서울을 오가는 주부이자 선생님,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에게 친구로 인정받기 위해 서울에 대해 아는 척을 해야만 했던 아이.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이 있고 앞으로도 고향이 ‘서울’ 혹은 ‘수도권’이라는 스펙을 가진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만 하는 내가 있었다. ‘아웃 경주’된 내가 이 책을 읽고 위로를 얻었듯, 수많은 ‘아웃 OO’들이 ‘나 혼자’만 힘들고 외로운 것이 아님을 알고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자가 이뤄낸 지금이라는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아웃 경주’되지 않고 고향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친구, 선배, 동생들에게 정말 대단하고 존경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남기고 싶습니다. 저도 언젠가 ‘리턴 경주’해서 또 한번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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