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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Dec 04. 2020

54. 생애 최초 주택구입 표류기 _ 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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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생애 최초 주택구입 표류기 _ 강병진


 정부는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하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와 기득권 세력이 생각하는 서민의 기준은 진짜 서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부동산 규제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보다 정부의 세수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오히려 더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2019년, 이직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큰 목표는 월세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전세를 구하는 것도 전세대출을 받을 예정이었기에 사실상 주거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내가 원하는 가격과 컨디션의 매물은 전멸 상태였다.

 가계약으로 건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고, 내가 원하던 구조를 가진 집이 사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일 때 느낀 실망감, 내 재산 현황과 연봉 등 개인적인 부분이 모두 공개되어야 하는 불편함 등 집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2020년 10월 29일 나는 생에 첫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강병진 작가처럼 신축 빌라를 매매한 것은 아니지만, <생애최초 주택 구입 표류기>를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되었고 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들이 답답했다.

 부동산 공화국에서의 서열은 어디에, 얼마나 큰 크기의, 어떠한 브랜드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가로 정해진다.

빌라, 다세대주택으로 전세 혹은 매매로 들어가는 작가님과 나는 어쩌면 패배자 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거의 안정과 나만의 공간에 대한 자유를 찾았다는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부동산 특히 아파트 구매에 대한 장기 플랜을 계획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나아졌을까? 사실,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말이 맞겠다.

 작은 월급으로 학자금도 갚아야 했고, 월세도 내고, 각종 공과금도 내야 했으니 여기서 주택 청약이라도 꼬박꼬박 넣고 있던 내가 대견할 수밖에... 내가 대한민국에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방법은 청약 당첨 아니면 로또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인정하면 마음이라도 편해진다.




 부동산이 지금 내게 가장 큰 이슈기 때문에 책이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이입되어 좋았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작가님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이 자기 계발서 같지 않아서였다. 집과 연관된 작가님과 가족의 인생이 담겨 있었고, 그 이야기가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 태어난 집으로부터 아홉 번의 다른 집을 경험했고 이제는 열 번째를 앞두고  있다. 열 군데의 집을 경험했다는 것은 열 가지 각기 다른 스토리를 기지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그 속에서 집의 물리적 가치에 대해서만 너무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내가 5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을 때, 번듯한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내 수명의 몇 할을 내주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정해진 연봉을 계산해 보면 어디에 몇 평 대의 아파트까지는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겠지만, 그것이 내 직업과 인생의 가치라고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파트 매입을 포기하고 경험을 구매함으로써 내 본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출산율이 0에 가까워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경제 성장이 정체되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굳이 집을 구매하지 않게 되는 시대 상황에서 아파트 불패 신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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