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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Apr 12. 2021

21-10.송도어촌계를 아시나요

HugoBooks_우고의서재

인천의 작은 역사 "송도어촌계를 아시나요"


 처음 인천 연수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을 때, 이렇게 발달된 도시 가운데에 갯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완전한 육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도시가 사실은 바다였다는 사실조차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교과서에서 '간척사업'이라는 단어를 들었던 때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후, 연수구의 갯벌을 만나고 나서야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연수문화원에서 일을 하며 향토사의 전문가인 '최정학 연수문화원 초대 원장님'과 <연수시티투어>, <백제사신길도보투어> 등을 다니며 연수구의 해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해양성에 포함되어 있는 바다, 갯벌 그리고 어촌계에 대한 어떠한 부채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부채의식은 책임감이 되었고, 연수문화재단에 입사하면서 문화사업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소박하지만 커다랬던 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뉴딜 사업인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을 통해 비로소 이룰 수 있었다.

 연수구의 사라져 가는 어촌계를 영원히 기록할 수 있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신나리 대리님과 함께 기획하여 운영하게 된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두 개의 프로젝트 중 '인천창조미술협회'에서 제작한 <인천의 작은 역사 '송도어촌계'를 아시나요?>라는 동화책이다.

 이 책은 인천창조미술협회의 이관수 회장을 중심으로 이상은 시인과 8명의 미술가가 함께 만들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갯벌과 어촌계의 이야기를 따라 여러 그림들이 현장감을 더해 준다. 매립 이전 갯벌 세대가 매립 이후 도시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무겁고 꽤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갯벌은 어촌계원들에게 생계를 유지하고 아들 딸을 키우게끔 해준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갯벌은 또한 수많은 해양생물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개체를 유지해나갈 중요한 기반이었다.

 그리고 그 해양생물을 먹이로 하는 조류에게도 갯벌은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특히 따뜻한 기후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들에게는 중요한 거점이 되어주었다. 그야말로 갯벌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는 건강한 생태계였던 셈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동화 <송도어촌계를 아시나요?>에 모두 담겨 있다.



 철새들을 지키고 싶다는 손자에게, 할머니는 "철새들을 지키기 위해 네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견뎌낼 수 있겠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나 또한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의 내면에도 '갯벌을 덮어 내 집이 마련될 수 있다면, 간척을 반대하지 않겠지'라는 탐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척사업 정도의 엄청난 일이 아니더라도, 당장 철새들을 위해 차를 타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해도 나는 그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내가 과연, "철새들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작은 부분부터의 변화를 시작으로 우리는 해내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이라는 사업, 즉 돈을 벌기 위한 업무로 시작했지만, 내 지난 경력 중 이렇게 마음으로 큰 보람을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짧은 기간 대비 엄청난 업무량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말이다.

 아무쪼록 이 동화책이 그저 책장에 꽂혀 수동적으로 읽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생태 교육을 위한 자료로, 지역 인문학을 위한 자료로,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 자료로 잘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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