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Mar 22. 2022

기특하면서도 서운한 말. "혼자" 할 수 있어요.

“엄마 내일은 혼자 집에 갈 테니까 데리러 오지 마세요”     


입학하고 학교를 두 번쯤 갔을 때부터 등 하교를 혼자 해보겠다고 했다.

둘이라서 의지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내보는구나 싶어 기특하면서도, 문득 그런 너희의 모습을 보니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해보겠다고 하는 것도 늘어가는 게 느껴졌다.

둘이 걷는 모습을 보면 귀엽고 든든하기까지 한데, 엄마는 마치 모유수유를 끊을 때처럼 뭔지 모를 서운하고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그 마음이 바뀌겠지, 

오늘처럼 우리 셋은 손을 잡고 걸어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문을 나서려 할 때 시크하게 말했다.

“엄마 이제 들어가”     


“응? 엄마 집에 가?”     


“응 혼자 갈 수 있어.”     


아, 녀석. 어제 한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진짜였구나..

엄마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알겠다고 말했다.      

서운한 엄마 마음을 읽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겁이 났는지 온이는 “엄마 오늘까지만 같이 가자며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입이 삐죽 나온 유가 말했다.     

“아니 우리끼리 갈 수 있는데 왜 그래. 그냥 엄마 들어가라고 하자.”     


“오늘까지만 엄마랑 가자”     


둘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진짜 형님처럼 혼자 씩씩하게 등교하고 싶었던 유의 바람이 어그러지자 흘깃 쳐다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갔다. 

마스크에 가려졌어도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것 같은 모습으로 학교 마치고 곧장 집에 올 테니 데리러 오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엄마는 서운할 틈도 없이 대답해야 했다.

“오늘까지만 데리러 갈게. 왜냐면 오늘도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싶을 텐데 곧장 집으로 오면 아쉽잖아”

엄마 말을 듣던 유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상했다. 입학할 때도 뭉클하지 않았는데, 데리러 오지 말란 말은 왜 이렇게 뭉클하고 서운한 건지. 

'앞으로는 혼자 무얼 하겠다고 하는 날들이 더 많아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엄마는 너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언젠가 다가올 분리를 위해서,

또 언젠가 다가올 완벽한 독립을 위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도록 엄마도 애써야겠다.

그리고, 아직은 꼭 끌어안을 수 있고, 품을 파고드는 너희를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고맙고 사랑한다.

천천히 자라렴.

작가의 이전글 1학년 핫이슈는 '식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