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이 마치고 저 멀리서 유가 헤벌쭉 웃으며 교문 밖을 걸어 나온다. 어딘가 어색한데, 시원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그저 좋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표정을 보면 엄마는 이유를 몰라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너와 눈을 마주치며 눈가 주름이 자글자글 해지도록 웃어 보였다.
그런데 점 점 거리가 좁혀오자 유의 가지런한 앞니에 옥수수 한 알이 빠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지난주 치과에서 뽑자고 했던 그 이였다.
'그날 유는 무서워서 절대 뽑지 않겠다며 앙 다문 입을 열지 않았는데 어째서 오늘 이가 빠져 있는 걸까?'
'넘어져서 부러졌나? 밥 먹다 삼켰으면 어떡하지? 표정을 보면 그런 거 같지도 않은데 무서워서 절대 안 뽑겠다던 이는 도대체 어디 갔을까?'
엄마는 네가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다가갔다. 찰나의 순간에 오만가지 걱정이 스쳤기 때문이다.
너는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갈 찾아내어 짠 하고 손바닥에 얹어 보였다.
휴지에 꽁꽁 싸고 노란 고무줄로 돌돌 말아 야무지게 묶어온 건 귀여운 옥수수 한 알이었다.
무서워서 절대 못 뽑겠다던 이를 스스로 뽑아오다니..
"어떻게 된 거야? 네가 뽑았어?"
"응! 그냥 손으로 툭 건드렸는데 뽑혔어"
"우와 진짜 용감하다"
"응 별거 아니야"
무섭다고 앙 다문 입을 열지 않아 이는 뽑지도 못하고 되돌아왔는데, 오늘의 너는 아홉 살의 귀여운 허세로 가득 찼다.
그리고 기대했다.
"엄마 이번에도 이빨요정이 나 이 뽑은 거 알고 1달러 주겠지?"
"근데 엄마 1달러는 환전하면 얼마예요?"
빙구미가 폭발하는 귀여운 아홉 살 형님은 이빨 요정이 다녀갈 거라는 기대감에 들떴다.
주머니 깊숙이 이를 넣었다가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엄마한테 맡기는 진지함에,
엄마는 오늘 밤 또다시 이빨 요정이 되어 너의 동심을 지켜내야 했다.
그동안 이빨요정, 산타할아버지의 편지를 대필해 온 엄마는 언젠가 들켜버릴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