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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Sep 24. 2020

여름은 가고, 매미는 죽었다.

귀뚜라미 소리가 제법 들린다.

계절이 바뀌었다는 게 실감하기 무섭게 비염에 고생하고 있는 온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코는 코대로 훌쩍이고 비비고, 눈은 눈대로 부풀고 게다가 열까지 났다.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던 날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옷을 얇게 입혔고, 온이는 이불을 걷어차더니 아무래도 목이 부은 모양이다.


킥보드를 타고 소아과를 가면서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온이와 유는 여전히 땅바닥을 살피고 하단을 살폈다.

그러다 계절을 이기지 못했는지 아니면 계절을 이겨낸 죽음이었는지 모를 매미를 발견했다.


유가 말했다.


"어머 불쌍해라. 어떡해. 너무 불쌍하다. 죽은 거 맞지"


"죽으면서 얼마나 슬펐겠어!"


그러자 온이는 유를 가르치듯 설명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엄마도 죽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죽은 건 불쌍하지만 다 그런 거야"


"엄마도 우리를 낳았지? 그리고 엄마가 할머니가 되고 우리도 어른되서 아빠가 되잖아? 그럼 엄마도 죽어. 엄마 맞지?"


죽는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고 더군다나 너희를 두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여섯 살 입에서 나름의 논리로 말하는 게 영 틀린 말은 아니라 말문이 막힌 입은 열리지 않았고 엄마를 바라보는 온이에게 쓴웃음과 끄덕임으로 표현을 대신했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를 낳고, 우리가 자랐지? 우리가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면 엄마는 할머니가 돼서 하늘나라 가면 그다음엔 우리도 하늘나라를 가게 되는 거잖아. 맞지 엄마?"


뭘 또 몇 번이나 자꾸만 확인하는지,


"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하늘나라 가지. 근데 엄마는 온이랑 유가 이다음에 아빠가 되고 할아버지가 돼도 옆에서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것뿐이었다.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고 목젖이 떨렸다. 그런 엄마에게 너는 "엄마 사랑해 엄마가 제일 좋아" 하면서 옆구리를 꼭 껴안아주었다. 마스크 덕분에 표정을 숨길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고맙고, 뭉클하고 이렇게 대화가 되는 아이에게 그동안 너무 다그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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