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Feb 16. 2021

붕어빵을 부르짖다 목놓아 울었다.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볕은 봄인데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 건지.


집 근처에 붕어빵 다섯 마리 천 원, 슈크림 붕어빵 세 마리 천 원 하는 역세권 숲세권보다 귀하다는 붕세권이 있다.

노상에서 찬바람을 정통으로 맞아가며 천원치 다섯 마리를 사면 추운데 기다렸다고 한 마리 서비스.

둘이 가서 다섯 마리면 짝이 안 맞아서 서운하다고 서비스.

장사를 하시는 건지 봉사를 하시는 건지 모를 정도로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언제 가도 늘 긴 줄을 서야 하는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붕어빵집이 있다.


뜨끈한 순댓국을 한 그릇 먹고 위장에 더 이상 들어갈 틈도 없을 것 같은데 붕어빵 한 봉지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울 정도니 이만하면 대식가이거나, 붕어빵의 맛이 대단하거나지만.

아무래도 붕어빵이 대단한 것 같다.

오늘 일만 봐도.


유치원 하원 차량에서 내리던 유가 말했다.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붕어빵에 대해서 배웠는데 우리 붕어빵 사 먹으러 가요"


"붕어빵 이야기했어?"


"네. 겨울에 먹는 간식이래요."


"맞아. 추운데 걸어갈 수 있겠어? 우리 그러면 붕어빵 사러 갈까?"


팥빙수가 너무 맛있지만 팥은 싫고, 붕어빵이 맛있지만 팥이 싫은 온이와 유.

그런데 붕어빵에 팥이 아니라 슈크림이 들어있는 붕어빵이 있다는 걸 오늘 유치원에서 알아온 거다.


갓 구운 붕어빵 속에 달콤한 슈크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는 유,

갓 구운 붕어빵 속에 아무것도 없지만 고소하게 익은 반죽만으로도 너무 맛있다는 온,

입 맛도 너무 다른 둘은 한 껏 기대에 부풀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를 걸어야 했다.

추워서 동동거리면서도 붕어빵을 먹어야겠다는 의지로 우리 차례가 될 때까지 40분을 기다렸다.


"팥 들어간 붕어빵 다섯 개랑요, 아무것도 안 들어간 붕어빵 다섯 개랑, 슈크림 붕어빵 세 개 주세요."


"어쩌나. 슈크림은 방금 다 끝났는데.."


"아.. 슈크림 다 팔렸어요?"


가만히 대화를 듣던 유는 슈크림 붕어빵이 다 팔렸다는 말에 "붕어빵아. 내 슈크림 붕어빵아" 하며 이 추운 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어버렸다.

어찌나 크게 울고 또 얼마나 슈크림 붕어빵을 목 놓아 부르는지 민망할 정도였다.

다 팔려서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은 팥이 든 붕어빵을 한 번 먹어보고 내일 다시 슈크림 붕어빵을 사주겠다 했지만 도라질을 치며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붕어빵을 찾아 한 시간 남짓 걷고 기다리며 기대가 컸는데 바로 앞에서 다 팔려 버렸더니 억울하기도 했겠지..


보다 못한 사장님이 "아가 울지 마 아줌마가 주걱에 묻은 거라도 싹싹 긁어해 줄 테니까 울지 마" 하시며 그릇에 묻어 있던 슈크림을 박박 긁어 한 숟가락 모아 귀하디 귀한 슈크림 붕어빵을 만들어 주셨다.

유는 슈크림 붕어빵을 받아 들고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 콧물을 닦으며 배시시 웃으며 베어 물며 말했다.


"역시 붕어빵이 최고야"


"엄마 우리 유치원 마치고 오면 다 팔릴 수 있으니까 내일은 엄마가 미리 사서 유치원 마치고 집에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응. 알았어."


이튿날 온이와 유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 미리 붕어빵을 사러 갔다.


"슈크림 붕어빵 여섯 개랑,  팥 붕어빵 열 개 주세요."


붕어빵이 식을까 어렸을 때 나의 아빠가 품에 안고 왔던 것처럼 나도 품 속에 넣고 달려갔다. 때맞춰 도착한 온이와 유에게 붕어빵을 내밀자 엄마 최고라고 방방 뛰는 모습을 보니 그때의 아빠처럼 나도 그렇게 넉넉한 웃음을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새삼스레 또 깨달으며 말이다.


온이와 유는 각자 한 봉지씩 나누어 들고, 다른 한 봉지는 경비아저씨께 드리고 왔다.

유는 지금 따듯하니까 지금 드셔야 된다더니 저도 따뜻할 때 먹겠다며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겨울 한 철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이게 또 뭐라고 호호 불어 먹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예쁘고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요녀석들 많이 컸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