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ada 3
에밀리아 이후로 나는 춤을 추지 못한 채, 그저 우두커니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밀롱가였지만, 시간은 어쨌든 흘러가고 있었다. 30분만 지나면 이 낯설고 버거운 공간도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첫 시도 이후로 한 번도 론다에 나가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미 모두가 서로를 아는 사이처럼 보였고, 까베세오를 시도하려 해도 그 순간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론다로 나가버렸다. 앉아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려 애써 보았지만, 시선이 교차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들이 내 눈을 피하는 건지, 내가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반면, 엘리아나는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루크를 시작으로 그의 지인들이 그녀를 차례로 초대했고, 엘리아나는 거절하지 않고 그들과 춤을 이어갔다. 약 두 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춤만 추었다. 잠깐쯤은 쉴 법도 했지만, 그녀는 다시 론다로 나갔다. 그녀의 표정은 밝고 경쾌했다.
그 와중에 에밀리아가 틈틈이 내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만, 곧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론다로 사라졌다. 나는 그런 흐름에 낄 수 없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외로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마치 혼자만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는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었고, 나는 그 실력이 부족했다. 남자들이 밀롱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새삼스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에 빠져있는데, 이번 딴따의 마지막 곡이 끝나갔다. 노래가 끝나자 엘리아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춤을 춘 사람과 인사를 나눴고, 그는 그녀를 자리까지 에스코트했다. 모든 사람이 자리로 돌아오며 밀롱가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11시예요. 이쯤 가셔야 한다고 하셨죠?"
숨을 고르고 있던 엘리아나에게 말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한 후, 아쉬운 듯 론다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가야죠.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네요..."
그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도 슬슬 나가야 하지 않나요? 막차 놓치면 집에 가기 힘드실 텐데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막차까지는 30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 루크가 불쑥 끼어들었다.
"내일 쉬는 날이잖아요. 조금 더 있다가 심야 버스나 택시 타면 되죠. 아니면 첫차도 있고요."
"엘리아나 님이 미리 이쯤 일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내일 약속이 있으시거든요."
눈치 없이 끼어든 루크의 말에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 가로막으며 엘리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루크의 말에 잠시 망설였다. 그 모습이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이제 가야 할 것 같아요."
그제야 그녀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쉽네요. 이제 막 재밌어지려 하는데. 여기 밀롱가는 새벽 1시까지 계속되거든요."
루크는 계속 엘리아나를 붙잡으려 했다. 그의 말에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루크 님, 엘리아나 님에게 너무 강요하지 마세요. 누구에게나 생활이 우선이죠."
정색하며 말했다.
"아, 너무 진지하시네요. 벌써부터 그렇게 챙기시면, 나중에 더 힘드실 텐데."
루크는 웃으며 내 말을 가볍게 넘기려 했다. 화를 삼키며 더 이상의 말다툼은 피했다.
엘리아나는 가방을 정리하며 갈 준비를 했다. 내가 신발을 갈아 신으려던 찰나, 'Por una Cabeza'의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가르델의 명곡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신발을 갈아 신으려다, 그만 멈춰버렸다.
"데이빗 님도 아쉽나 봐요?"
루크가 웃으며 말했다.
"아뇨, 그냥 좋아하는 곡이 나와서요."
엘리아나도 신발을 갈아 신으려다 멈추고 자리에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잘 됐네요. 두 분, 첫 곡과 마지막 곡은 파트너와 함께 추는 게 불문율이에요. 마지막 곡을 장식하시죠."
"그럼 잘 됐네요. 두 분, 밀롱가에서 첫 곡과 마지막 곡은 파트너와 함께 추는 게 불문율이에요. 마지막 곡을 장식하고 가시죠."
루크가 론다를 가리켰다. 나는 엘리아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나를 바라보았다.
"한 곡 추실래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트너라면 그래야겠죠."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론다로 향했다.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론다에 나섰다. 순간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진입 전, 뒤 사람들과 눈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비교적 여유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리드를 부드럽게 따라오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가르델의 'Por una Cabeza'는 우리를 반기듯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인의 향기'로 처음 들었던 이 곡. 간발의 차이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사랑도, 기회도, 운명도. 노래 속 주인공이 그 차이로 사랑을 잃었듯, 나 역시 이 순간을 놓쳐버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와 다를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마지막 곡에 온 마음을 실었다.
그녀의 호흡, 그녀의 스텝에 모든 집중을 기울였다. 긴장이 여전히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한 것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녀에게 집중하려 애쓰는데, 자꾸 주변에서 눈초리가 느껴졌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초보의 춤이 누군가를 방해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내겐 그녀와 이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미완성이었지만, 함께 춤을 추는 이 순간만큼은 완전했다. 이 순간 그녀와 함께, 이 밀롱가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가장 중요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완전했지만, 함께한다는 그녀와의 춤이 모든 것을 덮었다. 마치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벽을 드디어 넘어선 것 같았다.
음악은 계속 흘렀고, 나는 그 흐름에 맞춰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쩌면 이 춤을 위해, 이 짧은 곡을 위해, 앞선 모든 시간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Por una Cabeza'의 멜로디가 내 심장을 두드리며 말했다. 간발의 차이로 사랑을 놓친 주인공과 달리, 내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붙잡겠다는 용기가 지금 나를 춤추게 하고 있었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으며, 나는 다짐했다. 이 순간을, 이 간발의 차이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그렇게 우리의 첫 밀롱가는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