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o 7
“답변이 되었을까요? 질문자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걸 보니 다행입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는 늘 그렇습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했죠.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며 책임이다.’ 우리의 선택이 각자의 삶을 열어가는 소중한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는 순간이었습니다.”
연훈은 말을 마치고 잠시 청중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마치 그 말을 곱씹고 있는 듯 조했다. 그는 한동안 침묵이 흐르는 걸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오, 이번 질문은 굉장히 흥미롭네요. 사랑의 유효기간에 관한 질문인데요. 질문자 분, 일어나주실 수 있을까요?”
연훈이 말을 마치자, 사전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 있던 청년이 스태프가 준비한 마이크를 받고 일어났다. 그는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키며 짧게 심호흡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말합니다. 오래된 연인들이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다’거나 ‘더 이상 사랑하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많이 봤는데요. 정말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사랑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훈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중을 바라봤다. 그는 종종 질문에 앞서 잠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짧은 침묵 후 천천히 말을 이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가.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주제를 만난 듯 미소를 지었다.
"만약 사랑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변하지 않을 수 없겠죠. 감정은 날씨처럼 변덕스럽습니다. 한없이 따뜻하고 뜨거웠다가도, 어느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듯 식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 이상의 무엇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다시 청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음식을 처음 먹을 때는 맛있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질리기도 하잖아요. 그렇다고 그 음식의 유효기간이 끝난 건 아닙니다. 레시피를 바꾸거나 다르게 조리하면 다시 맛있게 즐길 수 있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랑이 식었다’며 관계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
“저는 사랑을 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기 시작하죠. 그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끝났다’고 체념하고 꽃을 버리거나, 정성껏 가꾸어 다시 피어나게 하거나.”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많은 사람이 첫 번째를 택합니다. 연애 초기의 뜨거운 감정을 사랑이라 착각하다가, 그것이 사라지면 사랑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진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과 노력에서 나옵니다. 때로는 새로운 추억을 쌓고,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훈은 손을 모으고 질문자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랑은 결국 ‘가꾸는 것’입니다. 감정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다시 피어나게 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말을 마친 후, 연훈은 질문자에게 미소를 건넸다. 많은 대중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질문자의 반응을 살피며 물었다.
"제가 드린 답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요?"
그의 미소는 따뜻하고 자비로웠다.
하지만 어쩐지 질문자의 표정은 썩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짓고 있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앞서 정율과 수호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 남아 있는 찝찝함 같은 것이 있었다. 연훈의 답변은 그 부분을 더 부각시킨 듯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가?
감정이 사라진다면,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느끼는 감정이 사라지고 새로운 감정이 난다면, 그것은 과연 같은 사랑일까?
그건 마치 사랑과 감정을 분리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사랑을 감정과 분리할 수 있을까. 상대를 향한 끌림과 두근거림, 그 미묘한 감정들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좋아하고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면서도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연훈의 말은 논리적이었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그때, 질문자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