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아 루나 2 - 히로 12

Giro 12

by 양희범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자윤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온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부끄럽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힌 듯했다.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 솔직함으로 계속해서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윤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문은 더욱 나를 흔들었다.

"그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자윤은 작정한 듯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잠깐,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스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가슴 한편에서 묘한 감정이 스쳤다. 스승 앞에 선 것 같은 기분. 마음을 고르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더는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저에게 실망했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가 돌아오길 바랍니다.”

말을 내뱉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뻔뻔한 이야기인지 깨달았다. 엘리아나에게 실망을 안겼고, 이제 와서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했다. 그래도, 엘리아나를 여전히 원했다.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자윤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리고,

"그럼, 기도를 하세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도요?"

순간,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해 되물었다


"네, 기도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저 두 손을 모으고 순응하라는 뜻인가요?


"기도가 단순히 손 모으고 기다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진짜 기도는, 할 수 있는 걸 다하는 겁니다. 원하는 걸 구할 때 간절한 마음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그건 기도가 아니라 욕망일 뿐이에요. 기도는 행동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아무런 실행 없이 바라는 게 이뤄질 거라고 믿는 건 그저 욕심이에요."

그녀의 눈빛이 내 속을 꿰뚫었다.


"기우제의 원리를 아시나요?"


"… 기우제요?"


“네. 비를 기원하는 제사, 그 기우제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자윤이 미소를 띠고 이야기를 이었다.

"어느 날, 한 선교사가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을 방문했어요. 그곳의 추장은 기우제를 지낼 때마다 반드시 비가 온다고 했죠. 선교사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기우제마다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습니까? 특별한 의식이나 비법이라도 있나요?’"

자윤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추장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그야 당연하지요. 우리 부족의 기우제는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선교사는 놀라서 다시 물었죠. ‘비결이 뭡니까?’ 그랬더니 추장은 아주 간단한 대답을 했어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낼 뿐입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며 천천히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게 기도의 본질이에요. 기도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거기까지가 기도예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세요. 그게 진짜 간절함이고, 진짜 기도예요.”


나는 말을 잃었다.


“비가 올 거라 믿고, 비가 올 때까지 계속 지내는 기우제. 그게 기도입니다. 한 번 해보고 포기한다면 간절함이 부족한 거겠죠. 당신이 그녀를 되찾고 싶다면,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행동하고 노력해야 해요. 단순히 기도하며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세요. 진심이라면, 그 진심을 보여주십시오.”

그녀의 말이 내 가슴을 강하게 후려쳤다.


"기도란, 간절함을 담아 행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것."


그녀의 말이 끝나자, 숨을 삼켰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윤의 말이 맞았다. 내 기도는 간절함이 아니라 변명에 가까웠다. 기도를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만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녀를 되찾고 싶다면, 단순히 기도하며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붙잡는 것, 자존심을 버리는 것, 이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자윤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마이크를 넘기려 했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차례가 끝나면 모든 기회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잠깐만요."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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