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만 집중하려 애쓰고 있었는데, 조이의 말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마치 탱고를 이용해 이성에게 환심을 사고 싶어 한다는 오해가 얹힌 듯했다.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조이의 말이 비난하는 듯 느껴졌다. 그녀가 노력을 보지 않고 나를 단정 짓고 있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억울함에 사로잡혀,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동작은 엉거주춤했고, 그저 춤을 흉내 내는 듯했다. 파트너가 바뀔 때마다 다시 집중하려 했지만,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럴수록 엘리아나가 다른 로들과 춤을 추며 밝게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리드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무척 즐거운 것 같았다. 그런 그녀와 달리, 아직도 제자리를 맴도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집중하려 할수록 더 조급해졌다.
"많이 어렵죠? 탱고가 좀 어렵긴 해요."
잡생각을 하며 집중을 못 하고 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같이 연습하던 라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에밀리아였다.
"아, 에밀리아 님...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좀 나가 있었죠.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나는 서둘러 정신을 붙잡고 동작을 따라 해 봤다. 하지만 급하게 맞추려다 보니 동작들이 부자연스러웠고, 에밀리아에게 전달되는 리드 또한 흐트러졌다. 그녀는 나와 발을 맞추려 애썼지만, 어깨가 들썩이고 미세하게 밀리는 듯한 걸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실수로 에밀리아의 발을 밟고 말았다. 그녀는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 하던 동작을 그 자리에서 멈추고, 허리를 숙여 밟힌 그녀의 발을 살폈다.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많이 아프신가요?"
"괜찮아요. 탱고를 추다 보면 이런 일은 흔해요. 하지만 오늘은 조금 아프네요."
에밀리아는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미안함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너무 창피해 얼른 눈가를 닦고 상체를 일으켰다.
"정말 죄송해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조심할게요. 다음에 제가 차라도 한 잔 대접할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하지만 차 한 잔이라니, 거절하진 않을게요. 그런데 데이빗 님은 괜찮으세요? 아까부터 조금 불안해 보이던데요."
에밀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조금 당황하고 있는데, 그녀가 눈가에 묻어 있는 작은 물기를 보았는지 눈가를 살짝 닦아주며 내게 다가왔다. 에밀리아의 행동에 나는 순간 당황해 한 발짝 물러섰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나는 멍해져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밀러의 목소리가 가운데서 들려왔다.
"자, 마지막으로 살리다 스텝을 노래에 맞춰 봅시다. 이번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른 동작들은 참아주세요. 오직 살리다 스텝을 계속 이어서 연습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파트너 바꿀게요."
밀러의 말에 다시 에밀리아에게 사과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제 정신을 차리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 파트너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마지막 상대는 엘리아나였다. 그녀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좋은 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아브라소를 만들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우리는 천천히 발을 맞췄다. 멜로디에 따라 박자를 맞추며 발을 내디디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심장 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