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희범 Jun 12. 2024

메디아 루나 - 살리다 15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는 느끼지 못한 느낌을 그녀와 출 때는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긴장해서 발을 밟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자신이 낯설게도 느껴졌으나, 잠깐 동안이라도 그런 생각들을 뒤로하고 싶었다. 다가올 일들은 두려운 것뿐이었기에 그것을 잊게 해주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다. 속으로 박자를 세어가며 살리다 스탭에 집중했다. 하지만 춤에 집중하려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잡념이 올라왔다.


'이제 다음 주면 인터뷰와 미팅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조이 선생님은 왜 내게 화가 나셨지?'


'에밀리아는 도대체 내게 뭘 원하는 걸까, 루크는 내게 뭘 바라는 걸까?'


'도대체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거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멜로디 사이사이로 춤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일분도 안 되는 찰나의 사이에 몰입과 잡념 사이를 오가며 번뇌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집중이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멜로디, 그 틈 사이로 그녀의 심장박동이 베이스 음과 함께 가슴에 닿았다. 그때부터 음악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쿵쿵 울리는 베이스의 음과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심장을 뛰게 했다. 음악에 맞춰 박자를 따라 스텝을 밟아가기 시작했다. 조금은 빨라지기도 느려지기도 하는 음악 가운데 오로지 살리다 스탭만으로 춤을 췄다.


'우노, 도스, 뜨레스, 콰뜨로, 싱꼬, 쎄이스. 변주, 다시 한번, 우노, 도스, 뜨레스, 콰뜨로, 씽코, 쎄이스'

오로지 음악과 그녀에게만 집중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이 음악 안에서는 오직 그녀와 나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살리다 스텝을 밟았다. 출구를 찾아 헤매는 그 발걸음에 출구는 없었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 춤은 가슴속에서 계속될 것 같았다. 멈추지 못할 탱고가 가슴에 남아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메디아 루나 - 살리다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