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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범 Jun 19. 2024

메디아 루나 - 오쵸 2

"준비되셨으면 슬슬 인터뷰를 시작할까요?"
담소를 나누는 그들에게 나는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순간적으로 그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자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이 인터뷰는 해야 할 일이었다.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리를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네 분이서 함께 활동하시게 되신 건가요?"

내 질문에 수호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같은 갈등의 시대에는 종교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종교가 함께 모여 좋은 일들을 해나가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믿었죠. 그래서 이렇게 네 종교의 성직자분들과 협력하게 되었고, 그게 티브이 프로그램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에요."

수호의 확신 어린 표정을 보며 속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계속 이어나가야 했다.


"그렇군요. 이번에 함께 하시는 토크 콘서트의 주제가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답변하는 것'이잖아요. 지금 질문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데, 특히 사랑에 관한 질문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네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 질문에 수호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랑이라,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저는 결국 모든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 없이는 진정한 사랑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수호 신부의 말에 정율 목사가 웃으며 조금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결혼도 안 해본 신부님이나 스님, 교무님께 그런 질문을 하지 마시고요, 그런 건 저한테 물으셔야죠. 연애도 안 해본 분들이 뭘 아시겠어요."

그녀의 농담에 네 명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졌고,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자윤 교무는 여전히 내 눈치를 살피며 약간 불안한 기색이었지만, 인터뷰의 흐름이 좋았다. 나는 그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실제로 사람들이 사랑 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더군요.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웃으며 정율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율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죠. 하지만 문제를 어떻게 직면하느냐에 따라 해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에 따라, 사랑도 다른 방식으로 해결될 테니까요."

정율의 대답은 명쾌했으며 자신감이 있었다. 이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정율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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