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죠.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 그걸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겠죠? 아진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이라... 그거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랑은 자신을 다 내어주는 거 아닐까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이 대답이 참 가식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느끼고 있는 감정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 스스로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답했지만, 정작 그 말을 되뇌이는 지금,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었다. 과거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기대했고, 그 기대가 얼마나 큰 실망으로 돌아왔는지를 떠올렸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말이 공허하게 울리는 듯했다.
정율이 이를 듣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굉장히 로맨틱하시네요. 아진님에게 사랑은 그런 것이군요. 하지만 사랑에 대한 경험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각각 다르게 해석할 겁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그 본질을 생각하기보단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가 길을 잃게 되죠."
그 말을 들으며 조금 더 복잡해졌다. 정율 목사의 말은 맞는 듯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사람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건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누구나 복잡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려 하기보단 빠르게 해결할 방법만 찾으려 하니까요."
정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갔다.
"맞습니다. 요즘 시대는 많은 것을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죠. 그래서 이런 주제를 다룬다는 게 때로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제의 근본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사랑'의 이름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거든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 사이로 나는 자윤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됐다. 그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럼 같은 여성 성직자이신 자윤 교무님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자윤 교무님은 이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문제에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