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ida 8
한동안 탱고에 깊이 빠져 있었다. 매일 다가오는 시간이 마치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심지가 타들어가듯 서서히 몰려오는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 탱고에 더욱 몰두하면서 그 불편한 감정을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시간은 결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벌어질 일들은 반드시 일어나는 법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결국 다가올 미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뒤, 네 분, 작가들과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네 명의 작가들과 책 출판을 위한 소통을 진행하며, 잡지에 실릴 인터뷰까지 맡아야 했다. 그 복잡한 과정 속에서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탱고가 내 감정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습관처럼 퇴근 후엔 탱고 연습을 하며 그 혼란을 다스렸다.
혼자 연습실을 빌리거나 수업 전 강습실에 일찍 도착해 스텝을 밟았다. 음악에 몸을 맡기면, 잡념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건, 탱고가 혼자 추는 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탱고는 혼자 출 수 있는 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만 가능한 춤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해야 이루어지는 춤이었기에, 혼자 하는 연습으로는 충만한 느낌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매주 금요일 강습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설렜다.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금요일에는 그녀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와 함께 춤을 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하루를 즐겁게 만들었다. 설렘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물론, 그렇다고 강습 시간 내 그녀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은 아니었다. 강습 시간 동안에도 파트너를 계속 바꿔가며 춤을 췄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함께 춤을 추며 하나가 되는 기쁨을 느꼈다. 그 순간, 온 세상의 걱정과 고민이 잊혔다. 박자에 맞춰 걸음을 옮기면, 서로의 리듬이 하나가 되는 듯했다. 그녀의 리듬에 맞춰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내는 그 감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웠다. 오늘도 그녀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를 떠올리는데,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강습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알림이었다. 화면에 띄어진 알람을 해체하면서도 가슴은 벌써부터 두근거렸다.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수업에 가기 위해 홍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