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홍대는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걷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인파를 뚫고, 한 걸음씩 강습실로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미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것 같았지만, 서두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발걸음은 이미 조급함에 휩싸여 있었다.
빌딩 입구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불이 덜 켜져 있었기에, 아직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너무 일찍 왔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아래에서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들려오는 서글픈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 멜로디는 내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마치 수줍은 고백처럼. 그 선율은 왠지 모르게 가슴을 저미었다. 따뜻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픈 그 음색은 내 감정을 휘감아 혼란스럽게 했다. 내려갈수록 그 멜로디는 점점 선명해졌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플로어 중앙에서 한 남자가 연주 중이었다.
그 남자는 등을 보인 채로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의 근원지에는 아코디언 같은 악기가 있었다. 그 악기는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울고 있었다. 그는, 그 악기는, 울고 있었다. 그 울음 같은 선율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천천히 시선을 올려 연주자를 확인했다. 연주를 하던 이는 바로 밀러였다.
플로어를 절반쯤 지나 다가갔을 때, 밀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연주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단발머리가 부드럽게 찰랑였다. 밀러는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일찍 오셨네요, 데이빗 님."
그의 미소는 언제나처럼 밝았지만, 그 순간, 그 미소에 어딘가 모를 어색함이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