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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Aug 19. 2018

내가 가본 파리

파리는 어떤 도시?

'파리'는 어떤 곳일까? 정말 예술과 낭만의 도시일까? 청소년기의 나에게 파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찾아 간 파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게도 만들고, 갸웃거리게도 만들었다. 사실 고작 일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에 파리를 다 눈치채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사랑스러운 곳이 파리다.

# 파리의 예술가들

나는 ‘서양식 건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돔 지붕과 곧게 뻗은 기둥을 생각한다.

한국의 건물은 처마와 마루, 나무가 보이고, 서양 건물에선 딱딱한 대리석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돔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판테온은 서양건물 다운 외관이다.

근육같이 탄탄해 보이는 기둥을 타고 둥근 지붕이 올라가 있다.

내부는 방문객을 환영할 만큼 화려하고 지하묘소는 죽은 자를 방해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

파리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는 한가한 곳에 있지만 그래도 평생을 시끄럽게 살았던 위인들이 쉬기에는 조금 소란한 곳이다.

어쩌면 파리 자체가 예술가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은 혼란과 소음을 피해 숨어 있기도 해야 하는데 파리엔 사람이 너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의 도시는 예술하는 사람에게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 몽마르뜨, 파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

그래도 예술가들이 파리를 찾는 이유는 있다. 

도시 전체에 낭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낭만은 쭈뼛거리거나 망설이지 않고 찾아온다.

철근 덩어리 에펠탑도 낭만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린 어마어마한 도시가 파리다.

쇳덩어리도 낭만적인 파리이니 몽마르뜨의 낭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베르사유의 화려함에서 나오는 기에 눌려 며칠간 파리가 예쁘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몽마르뜨에 올라오니 파리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사크레쾨르 성당에서는 예배 소리가 울려서 몽마르뜨 전체를 신의 공간으로 만든다.

비록 여기서 먹은 파스타 맛이 끔찍했지만 마음이 풀어지는 곳임은 틀림없다.


# 하늘 아래 다른 세상

하얀 사크레쾨르 성당 덕에 몽마르뜨가 자유와 낭만을 말한다면, 언덕 아래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천국과 지옥을 위아래로 그린 그림처럼 언덕 밑 동네에는 성인용품점이 늘어서있다.

어쩌면 낭만의 끝일지도 모르는 성인용품점들은 파리의 밤을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밤에 봤다면 화려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곳의 낮은 20대 초반의 여자애가 혼자 보기에는 좀 괴기한 분위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걸었던 이유는 풍차 때문이다.

영화 물랑루즈에 나왔던 뇌쇄적인 빨간 풍차가 여기에 있다.

치명적인 사랑을 말한 영화 물랑루즈.

물랑루즈는 파리의 분위기를 잘 설명하는 영화다.

화려한 쇼.

치명적인 사랑.

반짝거리는 비극.

스치듯 바라봤을 뿐인 파리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한편에서는 철학자와 예술가를 영웅으로 숭배하고, 가장 높은 곳에는 신의 공간이 우뚝 서있고, 그 아래는 치명적인 낭만이 깔려 있는 곳.

바로 그런 곳이 내가 본 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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