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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May 27. 2019

독일, 기계와 공구 아래 아름다움

초록과 노이슈반슈타인이 있는 여행

독일은 각종 기계와 공구, 심지어 주방용 칼 브랜드가 유명한 나라지만 나는 쇳덩어리의 차가움이 아닌 초록빛으로 기억한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본 들판과, 푸르름 위에 살포시 올라간 노이슈반슈타인 때문이다.


# 독일의 가치

관광지 독일은 생각과는 좀 달랐다.

독일은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고 각종 유명 브랜드의 본고장이니 관광지도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엔 콜로세움도 에펠탑도 없다.

벤츠, 휘슬러, 바이엘 등등 유명한 브랜드는 수없이 많지만 최고의 관광지라고 말할 랜드마크가 없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구나 생각하며 독일은 뮌헨에만 스치고 지나가기로 했다.

예상대로 산업강국 독일엔 크게 감동적인 관광지는 없었다.

물론 BMW 정도의 브랜드는 그 자체로 관광지를 만들긴 한다.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BMW박물관은 에펠탑보다 훨씬 흥미로운 관광지다.

뜻밖에 독일의 감동은 관광이 아닌 자연에 있었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길 수십 번.

도심에서 멀어지며 나타나는 풍경은 번번이 아름다웠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은 스위스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애초 계획과 달리 스위스 일정을 포기하면서 그 아름답다는 알프스 산맥을 보지 못했다.

미련은 없었지만 호기심은 남았기에 멀리서라도 알프스 주변 풍경을 보게 되어 기뻤다.

사실 알프스산이 아닌 산맥이 아름다운 것이고 등산을 싫어하니 멀리서 산자락을 훑으며 지나가는 기차여행이 내겐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독일로 가던 때를 상상하면 눈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 성은 아름다운 곳에 있기에 아름답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산과 들의 아름다움은 디즈니성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도 이어졌다.

구글지도는 노이슈반슈타인을 ‘19세기에 건설된 언덕 위의 동화 같은 성’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보니 이 말은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설명이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담겼으니 동화 그 자체라 하겠고 언덕 위에 있다는 말은 언덕을 올라가야 보인다는 말이다.

의외의 등산을 마치니 신데렐라 성과 어떻게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쁨이 분명한 성이 제 것이 분명한 위치에 버티고 있다.

생략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던 독일을 잠깐이라도 지났던 이유는 노이슈반슈타인 때문이다.

디즈니 신데렐라성이 실제 모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곳은 여행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요즘 캐슬은 마차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간다

디즈니 공주 취향은 아니지만 디즈니 공주의 화려함을 부정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의 기억이란 생각보다 질겨서 궁전의 기본을 그곳으로 알고 자랐다.

그리고 디즈니를 졸업할 쯤에 알게 된 루드비히2세라는 예술에 미친 왕은 디즈니 공주들보다 더 흥미롭다.

취미로 성을 짓는 왕이라니.

너무나 순수한 왕다운 생각은 노이슈반슈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렸다.

조금 과장한다면 왕 하나를 죽음으로 몰아간 성이라는데 얼마나 멋질까?

실제로 보니 다른 목적 없이 예쁘려고 지은 성다웠다.

이 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낀 건 몇 년 후 상해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였다.

놀이공원 중심인 신데렐라성을 보니 퓌센의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기억 속의 성이 더 아름답게 기억났다.

진짜 castles에 상상력을 더하면 디즈니랜드 이상의 꿈과 환상의 공간이 된다.

사실 성 자체보다는 주변 풍경이 기억난다.

성의 외관에 비해 내부는 소박했고(어디까지나 외관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 자유관람이 아닌 가이드투어 밖에 못하다 보니 마음껏 느끼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성 앞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언제까지나 보고 싶었다.

간식으로 빵 한쪽을 사서 입에 물고 주변을 바라보니 입이 벌어졌다.

그토록 선명한 초록색이라니.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아마 예술에 미친 어느 왕은 이 풍경을 시샘해서 더 아름다운 성을 만들고 싶었으리라.

조금 더 넓게 담을 카메라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아이폰4S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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