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의 주절거림

from.공항 ~ to.airport

by 사십리터

1. 인천공항, 너 오늘 좀 새롭다

공항에서 기분이 좋아보긴 처음이다.

나는 비행기가 싫어서 유럽여행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난 사람이다.

자유롭고 싶어 떠나는 여행의 시작과 끝이 좁고 답답한 이코노미석인 건 항상 아이러니고 기분 나쁜 일이다.

내게 공항은 수천 개의 이코노미석이 모인 주차장일 뿐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공항에서 설렘을 느꼈다.

떠나고 싶은 순간에 떠나는 자유는 이렇게 대단한 일이다.

15kg짜리 배낭에 눌려도 나는 자유로웠다.

이번 여행은 캐리어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이다.

상대는 최소한의 정보도 없는 미얀마다.

나는 미얀마에 대해 아는 게 황금, 파고다, 아웅산수지 뿐인 무지렁이다.

미얀마어는 물론 영어도 요즘 초딩들 이하 수준인 나지만 늘 그랬듯 걱정 없는 척 비행기에 올랐다.

걱정 없는 척, 그 뻔뻔함이 중요하다.



2. 설렘이 준 첫 경험

신나긴 신났던 모양이다.

나는 여행할 때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벼운 몸이라 생각하고, 시시콜콜한 사진 찍기를 즐기지도 않는다.

에펠탑에서도 사진 한 장 안 남기고 돌아온 나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내식 사진을 찍었다.

호텔 뷔페를 먹어도 생각나지 않던 음식 사진을 하늘 위에서 찍었다.

기내식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 항공에서도 찍지 않았던 사진인데.

내 기분이 구름보다 위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3. 미얀마 땅을 밟고 한 첫 다짐

물론 기분 좋은 건 잠시였다.

맥주로 달랜 지루한 비행을 했고, 그보다 더 지루하게 컨베이어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짐을 기다려야 했다.

마음속으로 배낭에게 날 들어달라고 외친 후 게스트하우스의 픽업을 찾아 나왔다.

현지시각으로 12시 가까운 시간이었고, 한인숙소의 픽업을 이용해서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1월의 한국과 비교되는 습기와 더위가 옷소매부터 천천히 파고든다.

미처 갈아입지 못한 기모 티셔츠가 나보다 먼저 동남아 여행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추위 때문에 고생할 앞날을 모르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샤워를 하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했는지 밀려오는 잠을 밀치면서 생각했다.

미얀마 여행의 첫 다짐이고 소망이었다.

‘내일 꼭 모기약 사야지.’

미얀마 모기와의 전쟁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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