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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17. 2021

자기 경영 중간 점검, 그리고 다짐

작심삼일 무한 반복중이지만, 이번에 달라야 한다.

  기업은 한 해 사업경영을 위해 전년도 가을~겨울 동안 차년도 계획을 세운다. 작년 말, 나도 내 자신을 잘 경영(?)해보겠다고 나름의 계획을 세워놓고, KPI도 정하고,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잘 간직해 두었다. 


'아니 그런데, 벌써 8월의 중반이 지났다?'


  방학계획표처럼 세우기만 쳐박아 둔 것은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종종 내용을 열어보고 점검도 하고 필요하면 수정도 했다. (기업의 경영계획, 수정계획 흉내 좀 내봤다.) 그런데 어느새 삼복더위도 지나가고 가을을 향해 가고 있는 시즌이 되었다. 참으로 시간 가는 게 무섭다.


  헛되이 보내진 않은 시간이었다. 내 업무는 계획했던 바를 어느 정도 이뤄놓기도 했고, 작년보다는 조금 더 계획적인 지출(그러나 여전히 많으 지출)을 하고 있고, 건강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챙기고 있다. 점수를 주자면 한 60점? 하지만, 여전히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돌이켜보니, 봄까지 나름 지키던 내 하루의 생활패턴이 언제부터인가 흐지부지 되고야 만 것이다. 

  그 때 세웠던 나의 아침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 04:50~05:00 기상

  - ~ 05:50        독서 or 외국어 공부

  - 06:00~07:00 아침 수영

  - 07:00~08:00 출근 준비 및 아이 등원 (영양제도 챙기고, 아침도 챙기고)


  5월부터 준비했던 해외출장부터 꼬이기 시작했던 걸까. 수영도 듬성듬성 빼먹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야식과 음주로 풀어냈다. (꼭 술집을 안 가도 실컷 마시고 먹을 수 있음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 몸무게는 늘기 시작하고 한 것 없이 피곤하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 정신을 좀 붙잡았어야 했는데...


  출장 후 이어진 능동감시 기간, 그리고 최근에는 가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자가격리 도우미를 하느라 아예 못 나간지 2주 정도 되었다. 그 사이 루틴은 유명무실,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가족을 돌보는 게 우선인 상황이니 당연한 상황이지만, 이제 다시 내가 정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그 김에 내가 목표로 한 것들이 잘 되고 있는지 밤에 차분히 되짚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회사에서 KPI는 매달, 매분기 그렇게 꼼꼼하게 챙기면서 내 계획과 다짐은 여러가지 핑계로 뒷전인지 우선 한숨부터 내쉬어 보고, 작성했던 프리젠테이션을 열어서 다시 쭉 훑어본다. 계획대로 했다면 난 지금 어디에 있을까를 되뇌이며, 한 줄 한 줄 통한의 반성을 해 본다.


  사실 이런 일이 오늘 뿐만은 아니었다. 원체 학창시절부터 계획세우는 것을 즐겨(?)했던 나로서는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커리어는 11년차를 지나고 있고, 나이도 30대 후반이고 더 이상 10대, 20대의 꿈 많고 파이팅 넘치는 시절의 내가 아니다. 체력도 예전같이 않다. 건강검진을 해보니 지방간도 조금 있다고 했다. 살이 좀체 빠지질 않는다. 일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이 길이 잘 가고 있는 길인지 괜히 겁 내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허투루 흘려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자세를 고쳐앉고, 일단 흰 종이를 꺼내 다시 모닝 루틴, 빼 먹지 말아야 할 것들 하나씩 끄적여본다. 글씨체가 맘에 안들면 다시 쓴다. 집중한다. 그렇게 리스트를 만들고 나서는 이걸 이대로 활용하진 않고, 다시 보기 쉽게 PC의 스티커 메모장에 타이틀을 담아 남긴다. 이제 매일 아침, 틈나는대로 이 스티커 메모를 쳐다보고 마음을 다잡을 거다.


  남은 21년은 이제 4달 반, 약 20주가 안 되게 남았다. 커리어상 변화도 겪게 될 시기라 정말 이번만큼은 스스로 집중하고 노력해서 연말이 됐을 때, 작년 말에 세웠던 계획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달성할 수 있기를 굳건하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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