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조금 일찍 접어드는 기분은 왜인지
언젠가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시간 참 빨라"다. 혼자서도 말하고, 사람을 만나서도 그 얘길하고, 가족과도 그렇고.. 그냥 말버릇이 되어 버렸다.
아니 그런데, 정말 빠르다. 뭘 했다고 11월인가, 아니 그것도 10일이나 지난 것인가. 예년에 비하면, 코로나19 덕분에 회사도 드문드문가고, 해외라고는 구경도(아 참, 출장을 다녀왔지) 제대로 못했는데 말이다. 회사 공지사항에 연말평가를 진행하라는 공지가 10월 말 즈음 뜬 시점부터 계속 이 기분이다.
집 근처에 백화점을 둘러보니, 북국곰이 어느새 자리해 있고 캐롤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잠시만요? 아직 12월도 안 됐다고요!' 아니면 원래 이 시기엔 캐롤을 틀었던 건지(누가 아시면 답해 주세요) 싶은데,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캐롤을 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유독 올해는 빨리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장기간의 거리두기가 '위드 코로나'로 바뀐 이번 달, 슬슬 못 봤던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있다. 마침 나도 기다렸던 바였고, 어디서 언제 볼지 생각하면 괜스레 두근(?) 댄다. (순전히 무슨 술과 무슨 안주를 먹을까만 생각해도 이 정도이니, 나도 참 큰일이다.) 답답한 시간이 이리 길었는데도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일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제 11년 차 직장인,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해프닝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던 해였기는 하다. 이걸 깨닫게 되는 건 본인평가를 할 때인데, 한 개 두 개 계속 적다보면 어느새 칸이 모자라기도 한 걸 보면 말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내가 참으로 열심히 살았고나'하며 살포시 위로를 하게 되는 모먼트.
막상 '위드 코로나'가 되고 나니, 우리가 전에 살아가던 일상이 어땠는지 까먹은 것 같다. 마스크 이전의 삶이 어땠었더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언젠가 역사가들이 이 시기를 연구할 것이고, 소설가를 이 시기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처럼 쓸 것이다. 나는 그저 직장인이고 소시민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나 생각하자하고 가볍게 넘기기로 한다.
어쨌든, 답답한 한 해가 어찌어찌 가는 것을 보니 '국방부 시계'만큼이나 바깥시계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답답했던 만큼, 빨리 넘기고 싶어서 여기저기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겠지. 지금도 캐롤을 들으면서, 곧 다가올 12월과 눈 오는 날을 괜시리 기대하는 내 마음조차 알 길이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접고 2022년을 어서 맞이했으면 좋겠다. (이러고 나면 막상 빨리 접어지지 않던데) 남은 한 해가 부디 무탈하고 건강하기를, 나도 내 주변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두에게 그러기를.
(글은 생각보다 자주 써지지 않는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