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떨어져 있어보면 바로 알게되는 그런 것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 출장이었어요. 행선지는 미국. 우리 회사의 현지법인이 있는 애틀랜타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직항으로 가는 비행편 중에 가장 멀기로 소문이 나 있지요. 1주일 정도의 여정이었습니다.
가서 뭘 했는지는 딱히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해외 직원들과 며칠간 이런저런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제 영어실력이 일천해서 따라가기 바빴고요)을 진행하면서 전달해야 하는 내용들을 나누고 이해시키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저녁도 한 끼하고 서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정말이지 이 부분은 어느 나라 누구와 얘기를 해도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말이죠.
그렇게 원래 지내던 일상과 한 주 정도 떨어져 있어보니, 오히려 내 일상이 어땠던가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간 난 어떤 하루를, 한 주를 그렇게 보내고 있었던가.
매일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것 같았던 출근과 퇴근, 아침에 지켜오던 운동 루틴, 그리고 매일같이 데려다주던 딸아이의 등교길 등. 그냥 시스템에 세팅됐었던 듯 굴러갔던 일상이 잠시 멈추고 이역만리 타지에서 낯섬을 경험하게 되었네요.
낯설어지고 나면, 으레 다시 친해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반성이죠? 내가 그 일상을 어떻게 보냈던가. 잘 보내고 있었나? 더 잘 지낼 순 없었나 등의 이미 지나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상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출장을 나와 있으면 모든 상황들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매일 저녁에 보내던 시간은 현지에 계신 분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 남아서 더 일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또 혼자 남겨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하고요. 뜻하지 않게 금요일엔 NBA 경기도 보러갈 수 있었는데 이건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한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면 다시 잘 해야지'라고 그렇게 혼자 다짐을 합니다. 도착해서 공항버스에 올라타 집에 딱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그 때 느껴지는 안도감과 행복감은 또 무엇이었을지요.
다시 저는 오늘부터 운동을 가고, 또 아침 등교길을 책임지고 다시 쳇바퀴에 올라타 일을 할 것입니다. 짜맞춰진 퍼즐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면서 말이죠. 이런 생각이 그래도 출장중 들었다는 건, 그나마 제 출장기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무쪼록 시차 부적응으로 갑자기 일찍 깨게 되어 드는 단상을 적어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갖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