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by 서정희

오늘은 혼자 공방에 갔다.

집에서 공방까지 거리는 걸어서 7분.

남편과 손잡고 공방까지 걸어가는 7분이 나에겐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혼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꾸역꾸역 해야 할 일을 했다. 환기를 시키고 식물을 돌보는 것처럼 자잘한 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머리 아픈 일들까지.


가뜩이나 심드렁한 이 시기에, 나 혼자 출퇴근은 꽤나 지루하고 괴로운 일이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머그컵 설거지와 문단속을 마지막으로 공방을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택배차에서 전람회의 ‘취중진담’ 전주가 흘러나왔다.

적적한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볼까 했는데, 휙 지나간 그 노래에 갑자기 마음이 알딸딸해졌다. 더 이상 술 마실 필요가 없어졌다.

지나가던 택배기사님의 기막힌 선곡으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하루가 근사하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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