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목-바다속나무

Daily Project #8

by 서정희

Daily Project #8

2023년 6월 21일 수요일 ~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2023년 6월 21일 수요일

남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 날

지난주 가마 소성했던 작업들이 완성되었다. 마음이 아주 찹찹했다. 작가 생활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조급함과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주 졸작이 되었다.

완성작들은 아주 나답지 못했고, 어설픈 겉멋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모든 작가들이 열심히겠지만, 어떤 작가는 타고난 감각으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간다. 반면 나 같은 작가는 세련된 임팩트는 없지만 뭉근히 자기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 나는 닭가슴살처럼 담백하고 퍽퍽한 사람인데, 쫄깃하고 맛있어 보이는 닭다리가 되고 싶었나 보다.

내가 나를 외면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창피했다.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잠시 흙과 멀어져 다른 일들에 집중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올해까지 만이다.

올해까지만 작업해보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미련 없이 작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들, 주저했던 것들을 다 해볼 생각이다.

지난주, 남편의 개인전 작품 촬영을 했다. 작업실에서 보는 것보다 화이트큐브의 스튜디오에서 보니 훨씬 멋있고 인상적이었다. 그날부터였다. 작업에 대한 마음을 서서히 내려놓기 시작한게..

어쩔 수 없이 예체능은 타고난 재능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까지 한다면 나 같은 작가는 설곳이 없다. 남편을 보고 느꼈다. '저런 사람이 작업을 해야 되는구나'


반년도 남지 않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몇 개의 목표를 세웠다.

1. 연말까지 브런치북 발간하기

2. 9개로 구성된 작품 '해중목'을 25개로 확장시켜 완성하기

3. 노란색 작업 원 없이 하기


사람답게 살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던 10년 전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려 한다.




해중목 - 바다나무


서정희_230425_01(2x3).jpg 해중목/ceramic/각15x15x4.5(cm)/2023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치밀고 마음이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어두운 망망대해에 혼자 표류하는 것 같은 무서움과 숨쉬기도 힘들 만큼 빽빽한 숲 속 한가운데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불안장애를 직면해야 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주변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몸에 힘을 빼고 긴장을 풀어보니 바다 위에 떠있는 게 편해졌고, 크게 숨을 들이마셔보니 상쾌한 공기와 흐드러진 나무들이 나를 감싸주고 있었다. 나의 손끝에서 빚어지던 순간부터 뜨거운 열기를 견뎌 하나의 완전체로 존재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들이 나에게는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