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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Jul 07. 2023

내가 그리워 올리는 사진

2015년-2016년

  아라키 노부요시의 '천재 아라키의 애정사진'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시의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사진들과 노래 제목같이 감성적인 부제목들까지 나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내 취향이 아닌 부분도 있었지만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솔직히 아라키 노부요시에 대해 별 생각은 없다. 그저 한번 사는 인생, 저렇게 신명 나게 사는 게 대단하다 생각될 뿐이다.

 그의 가족(아내 요코와 반려묘 지로), 그가 사는 집과 동네, 스치는 거리 풍경, 그가 열광하는 취향들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아라키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 있었다. 나의 글은 그의 이야기만큼(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구어체로 쓰여있다) 재미없더라도, 내 사진이 사진작가의 작품만큼 훌륭하진 않더라도 애정은 그들 못지않게 담겨있을 것이다.




청파동 그곳은

 사진에 있는 도구들 중 80% 정도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왕창 구매했던 땡땡이 노란색 스티커는 최근에서야 다 쓸 수 있었다. 노란색 작가노트와 작업일지도 우리 집 책꽂이에 잘 꽂혀있다.

 이렇게 보니, 좀 징글징글하다.

 청파동은 서울 한가운데 있지만, 아주 서울 같이 세련된 느낌은 아니다. 골목 구석구석 하숙집도 많고, 맛있고 재밌는 가게들도 많다. 그래서 청파동을 너무 좋아했다.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부랑자처럼 하고 다녔는데, 옷차림으로 자취하는 학생과 집에서 등하교하는 학생을 구분할 수 있었다.

 원래 집 가까운 애들이 지각하거나 더 후줄근하게 다닌다. 지각은 거의 안 했는데, 좀 후줄근하긴 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찍힌 사진, 엉겅퀴 앞치마를 입은 은규




우리집 양산

 석가탄신일 그쯤에 맞춰가면 황홀하게 수놓아져 있는 연등을 볼 수 있다. 양산에 갈때마다 바쁜 일이 없으면 통도사에 간다. 사람이 별로 없으면 대웅전에서 절을 하는데, 붐비는 날엔 가볍게 탑 주위를 돌고 온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기념품 가게는 절대 놓칠 수 없다. 몇몇 절들을 가봤는데, 내 기준 기념품 가게는 통도사가 단연 1등이다. 책과 가방, 염주는 기본이고 각종 아이템들이 굉장히 많다.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줄 뭉탱이들, 줄이 얽히고설킨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 쫄딱 맞고 혼자 걸어갔던 기장 한 바닷가

 이날 비바람이 사정없이 내리쳤었다. 사방에서 내리치는 비 때문에 우산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칵테일에 꽂혀 나오는 우산 정도의 기능밖에 하지 못했다. 축축하게 젖은 몽돌 위에 앉아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돌아왔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 인생에서 미치도록 짜릿한 일이나 어마어마하게 재밌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나름 낭만적이었다.

 소소한 낭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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