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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Aug 05. 2022

꿈인 듯 통쾌한 벌주기

_ 마틸다처럼, 복수가 아니라 벌을 주자.

로알드 달의 ‘마틸다’는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이 적어도 ‘마틸다’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은 사람은 ‘마틸다’라는 어린 천재소녀가 보여준 통쾌한 복수를 떠올리면, 언제 어디, 어느 상황에서도  슬며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본 사람도 내용을 알고 있을 터이지만, 애석하게도 영화 마틸다는 한국에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다행히도 1996년에 발표된 영화 마틸다는 아직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복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해자에 대해 똑같은 방법으로 해를 돌려주는 행위’라고 정의되어있다. 그래서, 사실 마틸다와 그 친구들이 한 일은 ‘복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잘못에 대한 벌을 내렸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벌’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잘못하고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라고 되어있다. 마틸다가 아빠에게 주는 벌이나, 엄마에게 주는 벌, 그리고 마틸다의 친구 라벤다나 선배 호텐시아가 트런치불교장에게 주는 벌은 분명히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다. 그러나, 마틸다가 트런치불교장에게 주는 벌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면, ‘벌’이란 ‘어떤 이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본인의 사회적 위치(지위)를 바꾸어 놓은 것을, 원래 있어야 하는 위치로 바꾸어 놓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벌이란 ‘고통을 돌려주는 행위’가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모든 것을 돌려놓는 행위’이다. 이는 ‘고통을 돌려주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고, 철저하고 완벽한 계획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고통을 돌려주는 행위’는 1대 1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행위이나, ‘모든 것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는 행위’는 ‘죄로 인해 고통을 받은 모든 사람을 회복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능력’이란 권력일 수도, 재력일 수도, 논리일 수도, 초능력일 수도 있다. 그럼 벌을 실행하기 위해, 내가 획득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벌을 시행한 다음에는 이 능력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벌을 수행하고, 능력을 잃어버린 마틸다는 쿨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이렇게 되어서 기뻐요. 내 인생을 마술사로 보내고 싶지는 않거든요.’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고통을 받기도 하였고, 주기도 하였다. 나도 사람이니까, 일단은 내가 고통을 준 경우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내가 받은 고통만을 생각할 때, 난 살아오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으며, 복수를, 또는 벌을 내릴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벌을 내리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들 - 권력, 재력, 논리력, 힘 등등 - 을 가지기 위해 난 지금도 아등바등거리고 있고, 이 아등바등 속에서 다시 고통을 주고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지는 않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아니면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며 서로의 사연을 듣거나. 이 모든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으며, 이를 위해서 아등바등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벌을 주기 위한 특별한 능력을 획득하는  성공하여, 벌을 주은 사람들을 주위에서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마틸다처럼, ‘벌을 주고 나서, 특별한 능력이 없어져서 기뻐요라고 말하는 이는  적이 없다. 벌을 주고 나면,  특별한 능력을 계속 휘둘러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본인이 받았던 고통 이상을 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나아가, 누군가 자신에게 벌을   있는 사람이 생길까  두려워하며, 자기 주위의 누구도 특별한 능력을 가질  없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처리(?)하는 이들도 아주 많다. 모두들  5살의 마틸다보다도 훨씬 못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는 것 같다.


뉴스를 보면, 국내 정치나 국제 정치나, 아니 그렇게 멀리 볼 것도 없이, 그냥 내 주위의 사람들만 봐도, 모두 내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벌을 내리겠다는 이들만 넘쳐 나는 것 같다. 이들이 내리겠다는 벌은, 마틸다가 내리는 벌보다 훨씬 못한, 내가 받은 고통을 두배 세배로 돌려주겠다는 것 같다. 이건 벌이 아니라 복수이고, 아마 영원히 엎치락뒤치락하며 반복될 것이다. 복수가 아니라, ‘마틸다와 같은 벌’을, 즉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세상을 돌려놓은 일’을 해보려고 하면 어떨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마틸다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린 일은, 마틸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니선생님을 본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돌려놓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틸다 덕분에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하니선생님으로 인해, 마틸다도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려 놓은 후에는, 내 특별한 능력은 사라져야 하며, 나는 내 특별한 능력이 사라졌음을 기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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