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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Jun 17. 2023

05. 면접 2

_ 기회, 보고 싶은 것, 보여주어야 할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의 조화

시니어취업 컨설팅이라는 것이 있다. 직장 생활을 20년 이상(정확한 연도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이 정도 기간인 것 같다.)인 재취업 준비생(취준생)을 상대로, 재취업을 위한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컨설팅이다.


여기에 따르면, 시니어 재취업의 대부분(70% 이상이라고 했던 것 같다.)은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할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manager이상의 경력직으로 입사를 하는 것이고, 이런 경우에는 공개적인 공고를 통해서, 지원자를 모집하는 것보다는 제한된 공고와 지인 추천을 통해 재취업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낙하산인 듯, 낙하산이 아닌 과정이다. 네트워킹이라는 말만 들으면, 낙하산을 의미하는 것 같으나, 일반적으로 낙하산이라 함은, '채용 manager의 의견 없이, 최고위직에서 취업을 결정하는 것, 그리고 많은 경우는 경력이나 능력적으로는 더 뛰어난 후보가 있었음에도, 최고위직과의 관계에 의해, 더 뛰어난 후보를 제치고 채용된 경우'를 뜻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반면에 시니어 재취업은, 일단은 추천하는 지인 역시, 피추천인이 채용된 후, 능력이 미흡한 경우, 추천인이 그 업계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피추천인도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사람을 추천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추천을 받았더라도, 면접을 통해 채용 manager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채용되지 못한다. 즉, 채용 manager의 결정이 취업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네트워킹을 위한 재취업이란, 면접의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공식적으로 공개된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꽤 있다.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했던 나는 주로 LinkedIn을 사용하는 편이다. 사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LinkedIn은 내가 내 경력을 한번 작성하면, 그다음에 채용공고가 난 회사에 지원하는 것은 클릭 몇 번만 하면, 지원이 완료된다. 그러다 보니, 채용공고를 보면, 지원자 수도 확인할 수 있는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사실 면접의 기회를 갖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면접의 기회는 무척 소중하다.


난 이전 직장에서 약 22년을 근무한 덕분에 최근 10년간은 면접관으로 면접을 했지, 내가 면접자로서 면접을 한 경험은 거의 없다. 부서 이동 등을 위한 면접 등은 면접자로서 몇 번 해보았으나, 부담은 거의 느끼지 않고 한 면접이었다. 그런 내가, 취준생이 되어, 면접의 기회를 잡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걱정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준비하는 첫 번째 예상 질문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요?'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난 신입사원이나 현재 다니는 직장이 없는 면접자에게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빠져 있었다. 지금도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요?'라는 질문은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 지원자는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채용 공고가 난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을 것이고, 각 회사 면접에 대비하면서, 그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창업이념'이나 '비전' 등을 참고해서, 모범답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모범답안을 들으며, 현재 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뿌듯해 할 수는 있겠지만, 그 답변을 듣고 면접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한 질문은, '이 업무를 하겠다고, 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혹은, 만약 면접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회사에 지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그런데, 여러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업무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자리로 지원했는지?' 였었다. 난 직장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취준생들에게, '회사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업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는 경력사원에게는, '왜 이직을 하려고 해요?'라던가, '이직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었다.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면접자의 경우에는, 만약 면접에 실패하더라도, 그냥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면 된다. 물론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한 달안에 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인재'라고 인정받는 사람을 뽑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 어쩔 수 없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퇴사해야 한다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이직을 하려고 하는 이유를 우리 회사에서는 채워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우리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곧 다시 이직을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있다가, 이직한 내 전 부하직원이 이직한 이유를 알고 싶기도 했다. 물론 나에게는, '급여를 올리기 위해서', 라든가, '그 회사로 가면, 직급을 올릴 수 있어서' 라든가, '다양한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알고 싶었었다.


내가 이번에 가질 수 있었던 면접의 기회는 '네트워킹'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즉, 면접관은 나에 대하여, 이력서에 있는 내용 이외의 것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외국인이었다.) 그럼, 쉰둘의 취준생에게서, 면접관은 무엇을 확인하고 싶을까? 무슨 질문을 준비했을까? 즉, 면접관이 나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내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면접관이 원하지 않더라도 내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열심히 고민했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은, '내가 작성한 이력서를 꼼꼼히 다시 살펴보기. 살펴보면서, 이력서 한 줄 한 줄에 적힌 내용들이 전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는지, 과정의 측면과 결과의 측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그리고 면접관의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읽어보고, 기사를 검색해서, 그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추해 보기. 그리고 내 이력서의 내용과 내가 유추한 그 회사의 목표 사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 공통점과 차이점이 그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보기'였다. 인터뷰는 당연히 영어로 진행하여야 하지만, 따로 영어 문장들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난, 순수하게 한국에서만 공부하고, 살았기 때문에, 영어는 한국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이고, 그래도 전 직장도 외국계 회사이어서, 비즈니스 생존 영어는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솔직히 영어발음이나 생활영어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나보다 훨씬 잘한다.)


면접 과정이나 내용을 적지는 않겠다. 면접과정이나 내용을 적는 것은 면접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직 결과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이번 면접에서 배운 것은 '존중받는다'라는 감정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계속, '면접관이 나를 존중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 사람의 몸에 밴 배려인지, 아니면 교육받은 인터뷰 스킬인지, 혹은 내 이력서를 보고, 내 경력을 존중한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존중받는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더 좋아졌다. 면접의 결과, 그 회사에 입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면접관의 태도 덕분에 아마도 나는 그 회사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 같다.


한 때, 압박 면접이라는 것이 유행을 했었다. 면접자가 힘들어하고, 곤란해할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면접자의 응답내용과 태도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짧은 면접시간 동안에, 면접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많이 활용되었고, 아마도 지금도 어떤 회사의 면접관은 압박 면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압박 면접은 잘못하면, 면접자가 '난 여기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구나'라던가, '내가 이룬 성과들을 이 사람들은 하찮게 여기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상황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회의 가치관'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존엄'은 내가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본인이 '존중' 받는 사회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그 사회를 지키는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면접관으로서 했던 면접을 떠올려본다. 난, 어땠을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잊었을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내 머리에서 지웠을 수도 있다. 만약 그 시절, 나와 면접을 하며, 상처받은 면접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당신의 삶과 성과를 가벼이 여긴 것이 절대 아니라고. 내가 그 시절에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랐었다고. 하지만, 이미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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