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둘 취준생에게 면접이란?
이틀 전에 면접을 봤다. 쉰둘 취준생에게 면접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 자존감의 회복이다. 몇 십 년을 다닌 회사를 퇴직한 후, 허무함 혹은 허탈감이 밀려온다. 내가 그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한 허무함이라고 할까. 특히 한국 사회의 '가정생활보다 직장생활을 우선시하는 관습'으로 인해 퇴직 후, 가정에서도 내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면, 자존감에 타격이 온다. 그래서, 이력서 제출 후, 면접을 하게 되면,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룬 성과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인정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과 함께, '아직 내가 속해있던 사회에서 나는 잊히지 않았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좀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구직활동을 채웠다는 의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회사를 다녔다면, 퇴직 후에 일정기간 실업급여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다닌 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다르고, 퇴직 전 급여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다르지만,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고, 만 50세를 넘겨서 퇴직한 경우, 대부분 9개월 정도 받을 수 있다. 큰 금액은 아닐 수도 있으나, 분명히 가정에 도움이 되는 액수이고, 내 인생 이모작 준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금액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구직활동을 하고, 그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 데, 면접은 가장 확실한 구직활동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산업구조가 바뀌는 시기에는 실업급여제도가 좀 더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기간도 더 늘어나야 하고, 금액도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구조가 바뀐다는 의미는 기존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퇴직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직업들은 '사라지거나 줄어들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바꾼 산업구조에서 새로이 생기는 일자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그 일을 하기 위한 교육을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취업을 하려면, 기존에 직업과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이런 일자리는 저임금의 일자리일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한국은 자녀에 대한 육아와 교육을 대부분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 이는 자녀의 성장에 따라, 육아와 교육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취업한 일자리가 저임금의 일자리라면, 일을 함에도 가정의 생활수준은 하락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어렵게 재취업한 일자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흔히 말하는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자영업자 중에 가계 경제 유지가 가능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을 늘리고, '새로운 산업구조에서 필요한 일자리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실업급여 지원의 기준이 '구직 활동'보다는 '본인의 기존 경력과 다른, 새로운 산업구조에 필요한 일자리 교육'에 맞추어지고, 그 교육기간도 충분하게 주어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누군가는 '그러면, 교육만 받고, 취직은 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난 이건 '인간에 대한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생산적인 일에서 본인의 능력을 드러내어 성취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 믿음이 무너지면, 인간 사회가 발전하는 근본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물론 1~5% 정도의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1~5%의 사람을 잡기 위해서 99~95%의 사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며, 인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취업활동을 포기한 경우'를 이야기하며, 마치 모든 취준생이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흰밥을 지으면서, 약간의 콩을 넣어서, 밥 위에 콩 몇 알이 보였을 때. '콩밥'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밥의 99%는 고품질의 흰쌀이고, 단 1%만 콩이 섞였어도, 우리는 '쌀밥'이 아니라, '콩밥'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대부분의 구성은 '흰 쌀'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현재 실업급여의 기준은 이 '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만 50세가 넘은 상황에서 9개월이 기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구직활동을 처음에는 4주에 1회이지만, 나중에 가면 주 1회를 하면서,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물론 특정 기관이 하는 교육의 경우에는 구직활동으로 인정해 주기는 제도가 마련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을 대비한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 동안 가정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 보다는,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활동자금 지원'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세 번째로,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다. 면접을 해야 재취업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세 번째라고 난 적기로 했다. 사실 이력서를 내는 것은 매우 쉽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처럼, 자필이력서와 자필 자기소개서를 직접 회사에 제출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내가 내 경력을 잘 정리한 표준 이력서를 만들어 놓으면, 그다음은 인터넷을 통하여 제출하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러다 보니, 몇 백대 1의 경쟁률은 매우 당연하다. 즉,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과연 각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서류를 모두 다 읽을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컴퓨터 프로그램(요즘은 AI라고 칭하겠지.)으로 1차적으로 거를 것 같다. 그래서 내 이력서가 '사람의 눈'으로 읽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이다. 그래서, 면접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면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재취업의 문 앞에 바짝 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실업급여에서 구직활동으로서 '이력서 제출'을 인정해 주는 것일 것이다. 물론 재취업의 문 앞에 온 것과,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다.
이렇게 중요한 면접을 이틀 전에 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