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래 사회가 예측이 안 된다.
이틀 전에 UN미래포럼 대표인 박영숙대표의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미래세계예측이었고, 생성형 AI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강의였다. 생성형 AI라고 하면, 챗GPT만을 떠올리는데, 하루에도 몇 개씩 생성형 AI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쉰둘 취준생인 나에게,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40대가 되면서부터, 50대나 60대에 취준생이 될 것은 예상하였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90세를 향해가고 있고, 법적인 정년은 62세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직장인들은 대부분은 50세 전후에 회사를 퇴사하게 될 것을 예상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흔히들 말하는 인생 이모작은 필수이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시기는 다른 말로 하면, '취준생'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생 2막에서 내가 살 세상에 대한 예측이다. 내가 젊은 시절을 보낸 분야나 그 분야의 확장 영역에서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혹여 내가 익숙한 분야라고 하더라도, 운영되는 방식이나 목표 등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인생 2막을 준비하려면, 내가 살 미래 세계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취준생이 된 지금, 내가 이력서를 제출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내가 몸담았던 이전 회사와 같은 산업군의 회사이며, 업무 역시 내가 했던 것과 동일한 업무들이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은 아주 많이 바뀌었고, 그 바뀜의 중심에는 AI 혹은 생성형 AI가 존재한다.
AI가 미래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AI에 대하여, 예찬론과 거부론은 팽팽히 맞서는 것 같다. AI로 인해 많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그동안 고급 혹은 고위직종이라고 여겨진, 교육자(학교 교사, 학원 강사, 교수 등), 법조인(검사, 변호사, 판사 등), 의료인(의사), 예술인(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 저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이 포함된다. AI가 이러한 일들을 대체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AI가 이러한 일들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인간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찬성하는 이들도 역시 많다. 과거 많은 생산공장들이 자동화되면서, 인간의 육체노동을 자동화된 기계(컴퓨터)가 대체했듯이, 생성형 AI가 보급되면서 인간의 정신(?) 노동을 생성형 AI가 대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극단적(?)인 미래학자는 AI로 인해 없어질 직업이 현재 직업의 80%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실 난 이런 기사나 주장을 볼 때마다, 이 숫자의 근거가 매우 궁금하다. 정말 이 세상의 모든 직업을 나열한 뒤에, AI가 대체할 직업을 세어본 것일까? 아니면 감으로 때린 숫자일까?)
미래사회 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내 인생 2모작도 있지만, 내 아이들이 본인의 삶을 준비하는 데, 부모로서 도움을 주기 위함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부모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하여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나처럼 물려줄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인맥 등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의 부모들은 사교육, 특히 영어와 수학교육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인생을 몰빵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영어도 수학도 앞으로 아이들이 살 세상에서는 AI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답을 얻지만, 조만간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에게 묻지 않고, AI에 물어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에서 검색부터 한다.)
강의에서 강사는 AI교육을 강조했다. AI를 활용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것에는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 일까? 나처럼 50여 년을 살아본 사람이 10여 년을 살아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AI사용법이라면, 이 사회에서 어른의 역할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오픈 AI의 챗GPT가 발표되고, 모든 이들이 그 성능에 놀라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챗GPT의 어두운 면이 기사화되었었다. AI는 교육이 필요하고, AI를 교육하는 데에는 막대한 노동력이 들어간다. AI의 교육은 수많은 정보(변수)를 입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도출한 결과에 대한 feedback을 수업이 반복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에 활용되는 노동력은 시급 2달러 내외의 케냐노동자들이 공급했다고 한다. 이는 오픈 AI만이 아니라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 모두 동일한 전략을 취했다고 한다. 케냐, 우간다, 인도 등에서 시급을 2달러 내외로 주며, 노동착취를 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챗GPT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며, 시스템 냉각을 위한 냉각수나 냉매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AI를 교육시키기 위해 자행된 노동착취나 에너지 소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성형 AI의 신기한 결과물들, 그리고 챗GPT와 바드의 답변의 차이 등에 열광한다.
여기서, 나와 같은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성 AI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성 AI의 신기한 결과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면에 있는 노동착취와 에너지 소비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 그렇다고 생성 AI의 개발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 AI를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부를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았을 때, 막대한 부가 생성되기 위한 희생자에게 그 희생의 대가가 올바르게 분배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으며, 그 갈등의 불씨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을. 그래서,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하였을 때, 그 증가한 부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분배의 문제라는 것을. 이러한 것을 말하며,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언제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나와 같은 사람이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금도 난 고민하고 있다. 취준생으로써, 취업을 위해서, 코딩, R, 파이썬 등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