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내 회사라면? 나에게 기업가 정신이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질문들 중 하나는, 바로 이 질문이었다.
'만약 이 회사가 네 회사여도 이렇게 할래?'
어떤 때에는 , '그래, 내 회사라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하자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고, 어떤 때에는 '당연히 내 회사가 아니니까,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하는 거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는 두 경우 모두, 이렇게 답하지는 않았다.
이제 내 회사를 창업한다고 하니, 내 회사라면?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 원칙은? 에 대한 답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동대표로 설립하는 회사이니, 대표로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이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기업가정신을 찾으면,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기업가 정신 혹은 창업가 정신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여,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요약):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
이라고 되어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정의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혹은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은 다음의 세 가지로 나는 정의한다.
1. 지속가능성
2. 고용의 창출
3. 가족(특히 자녀)에게 당당함 (이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지속 가능성'이란 사업(혹은 기업)이 지속가능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운영의 목표가 나에게는 투자 유치와 엑시트가 아니라, 사업을 통해 이익과 현금흐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 기업(혹은 사업)이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의미한다. 내가 속한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나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음은 당연하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명제이다. 몇 년 전, 나와 TV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던 첫째가(당시 초등학생이었다.), '아빠, 난 지구가 안 망했으면 좋겠어.' '왜?' '난 아직 안 해본 것들이 많은데, 지구가 망하면, 다 못해보고 죽는 거잖아'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초등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신기했고, 그리고, 내가 아빠로서 해야 할 일 목록에,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이제 회사를 만들고 무언가를 생산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다. 난 개인적으로 인간의 모든 발자취는 자연에 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항상 자연의 지속성을 머리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사소한 결정부터 큰 결정까지, 다른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두 번째인 고용창출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난 사회적으로 고용창출이 되지 않으면, 수요 또는 구매력이 창출될 수 없으며, 이는 다시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용창출은 기업의 의무인 동시에,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많은 사람, 아니 적은 숫자의 사람이더라도, 내가 고용주가 되어 그들의 업무를 관리할 자신이 없다. 이미 전 직장에서 중간관리자로서, 혹은 임원으로서 경험한 일이지만, 이건 정말 스트레스가 가득한 일이다. 그래서, 나를 다시금 이러한 상황에 집어넣고 싶지는 않다. 대신, 난 제조업 기반의 사업을 위탁생산을 하고, 난 영업과 마케팅을 하는 형식의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위탁생산, 영업마케팅에 필요한 여러 사항들을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간접적인 고용창출을 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 '가족(특히 자녀)에게 당당함'은 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아니,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세상에는 무한히 많은 직업이 있고, 지금도 무언가는 생겨나고, 무언가는 사라지고 있다. 직업별, 그리고 같은 직업 내에서도 수입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가족에게 특히 자녀에게 당당하다'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은 수입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아빠는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라고 물어봤을 때, 간결하지만, 명확하고 당당하게, '아빠 직업은???이고, 아빠가 하는 일은??? 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당연히 범죄와 연관된 일은 아니어야 하며, 아이가 느끼기에도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하고, 아이가 친구들에게 부모의 직업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대기업에 다닌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아빠가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맛집이라고 인정하는 식당, 그래서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이 '우와'라고 반응할 식당 말이다. 우리 동네에는 그런 김밥집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김밥을 파는 집. 그리고 이 김밥집의 사장님은 언제나 친절하고, 어디서나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프랜차이즈 김밥보다 비싸지만, 동네사람들도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든다고 인정하는 김밥집. 내가 생각하는 당당한 직업의 예이다.
적고 나니, 막연히 생각할 때보다는 분명해진 느낌이다.
내가, 우리가,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 세 가지이지만, 이 세 가지가 모든 것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