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 중에 '꼰대'라는 말이 있다.
나이 어린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권위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지금은 나이를 불분하고, 남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권위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을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나 자신도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꼰대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 계속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라고 되뇌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언제부터 만들어질까? 소위말하는 MZ세대는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없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동화책을 같이 읽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어른이 되어 고민하는 것들, 결정의 상황들이 이미 동화책에 다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아주 정확하게, 심지어 아름답게 담아놓은 동화책도 있다. 아,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부모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순간부터 만들어지는구나!
'어른들의 세상은 고민할 것이 많아서 복잡해'
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사실 이 말을 하는 순간 나는 꼰대가 된다.
어른들의 세상이라고, 동화 속 세상과 다를 것이 없다면, 동화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른들의 세상이 복잡한 이유는 고민할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 이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이익을 빼고,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일들이 매우 단순한 결정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좀 삐딱하게 동화를 볼 필요도 있다. 동화 속에 들어있는 고정관념들 중에는, 시대에 안 맞는 것도 있으며, 시대를 불문하고 잘못된 것도 있다. 아이들과 같이 동화책을 읽는다면, 적어도 한 번은 아이들이 그 동화책을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동화 속의 잘못된 고정관념들을 이미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부모로서 너의 삐딱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한 것이라는 한마디만 해주면, 아이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읽고,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은 거북이가 나쁘다고 이야기했고, 심지어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난 기쁘게 아이의 의견에 동의했고. 만약 내가 '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그렇게 보면 안 되고, 성실히 노력하는 거북이가 이긴다는 이야기야'라고 말했다면, 우리 아이는 분명히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경주를 하는 것이 공정한가?', '공정한 경주를 위한 규칙이 미련되어있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나는 바란다.
이 책은 몇 편의 동화와 만화영화를 통해, 어른의 세상을, 그리고 삐딱하게 본 내 생각을 적은 글이다. 그냥, '세상이 너무 복잡해', '나만 힘든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고, '그래,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그냥 동화 속의 단순한 세상이, 내가 살고 있는 어른의 세상이야',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야. 모두 힘들고, 지금 세상이 이상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