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는 게 수행이라고요? -키르탄

나는 현재 호주 시골 마을에 있는 박티 요가 사원에 7년째 머물고 있다. 12년 전 여행객으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접한 것이 키르탄kirtan이었다. 키르탄은 리드하는 자가 산스크리트어 주문인 만트라를 한 구절 부르면 청중이 따라 부르기를 반복하는 명상적인 음악이다. 

하레 크리슈나 하레 크리슈나 

크리슈나 크리슈나 하레 하레 

하레 라마 하레 라마

라마 라마 하레 하레

사원 안에 적혀있던 이 만트라를 몇 번 따라 하니 금방 외워서 눈을 감으며 따라 불렀다. 왠지 취하는 기분이 드는 거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음악 때문인지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니 이미 몇몇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었다. 키르탄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콘서트에서 한 곡이 5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데, 만트라 하나 가지고 한 시간이나 반복해서 부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만트라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걸 수십 번, 수 백번 반복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만트라는 매우 신비로운 개념이다. 산스크리트어 글자 그대로는 마음(만man)을 해방시켜준다(트라tra)는 뜻으로 우리의 마음과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주문이다. 

만트라는 어떻게 우리를 바꿀 수 있을까? 그 힘은 소리 진동에 있다. 베다 철학에 의하면 태초에 만물은 소리 진동으로부터 창조되었고, 소리로부터 다섯 원소인 공空(에테르ether), 공기, 불, 물, 흙이 생겨났다. 이 다섯 원소가 물질로 이루어진 만물을 이룬다. 그중 소리는 물질 요소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미세하다. 소리로부터 공, 공기, 물, 불, 흙으로 발전할수록 더 둔중해지고 뚜렷해진다. 

우리의 육체 또한 이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이 생명이 있는 존재는 이 물질 요소가 전부가 아니다.  물질로 만들어진 이 ‘보이는 몸’ 외에도 ‘보이지 않는 몸’인 마음, 거짓 자아(이고ego), 영혼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육체와 구분하여 정신체라고 한다. 영혼은 정신체 중에서 가장 미세하고 순수한 존재로,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이다. 

베다 경전에서는 영혼의 특징을 삿sat, 칫cit, 아난다ananda로 정리한다. 삿은 영혼의 영원함을 뜻한다. 육체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 우리의 자아는 몸이 수명이 다해도 영원히 계속된다. 단지 몸만 바뀔 뿐이다. 칫은 영혼의 전지함을 뜻한다. 영혼은 모든 것을 안다. 아난다는 영혼이 늘 기쁨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가 사실은 영원하고, 모든 것을 알며, 늘 행복하다면 왜 우리의 정신은 이렇게 무지와 두려움, 공포를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게 될까? 바로 우리가 영혼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물질로 이루어진 몸과 마음으로 자신을 규정하며 물질적인 삶과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세계에는 영원한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썩어 사라지거나 죽게 되어있다. 또한 이 물질계는 늘 좋거나 나쁨, 행복과 슬픔, 번성과 쇠퇴 등 양면성으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물질적인 수단으로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진정한 자아인 영혼에 가까워질 때, 궁극적으로 이 물질적인 몸을 버리고 물질계를 떠나 영적인 세계로 돌아갈 때만이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소리는 물질 요소 중에서 가장 미세하고 순수하며,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으로 순수한 영혼과 가장 가깝다. 신성한 소리로 이루어진 산스크리트어 주문 만트라는 우리를 영혼과 연결해 주는 매개이다. 만트라는 인간이 마음대로 조합해낸 주문이 아니다. 베다에서는 만트라가 신에게서 직접 내려왔다고 하며 이는 5천여 년 동안 이어져온 신성한 소리 진동이다. 만트라를 수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염주를 이용해서 혼자 외는 것을 자파japa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의 형태로 부르는 것을 키르탄kirtan이라고 한다. 진지하게 수행에 임하는 박티 요기들은 하루에 1시간 30분~2시간의 자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