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정점에
너를 만났다.
내 삶을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
그리도 애쓰던 그 시점
너는 지나는 바람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를 스쳤다.
언제까지 나무처럼 여기에 서서
이 바람을 맞고 있을 수 있을까.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끝없이 평온한 바람을 내 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너에게 이슬비 같은 사람으로 있어주고 싶었다.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허무하게 바람은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건지도.
바람은 바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람의 과오도, 나무의 과오도 아니다.
아귀를 맞추기엔 서로가 미숙했을 뿐
유난히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했기에
짧지만 강렬했던, 또 다정했던
크고 작은 감정의 잔여물은 묻어둔 채
한낱 여름밤 추억의 단상이 된다.
언제나처럼 안온한 일상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