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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Aug 14. 2023

제목없음의 미학

한 여름의 정점에 

너를 만났다.


내 삶을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

그리도 애쓰던 그 시점


너는 지나는 바람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를 스쳤다.


언제까지 나무처럼 여기에 서서

이 바람을 맞고 있을 수 있을까.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끝없이 평온한 바람을 내 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너에게 이슬비 같은 사람으로 있어주고 싶었다.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허무하게 바람은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건지도.

바람은 바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람의 과오도, 나무의 과오도 아니다.

아귀를 맞추기엔 서로가 미숙했을 뿐


유난히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했기에

짧지만 강렬했던, 또 다정했던


크고 작은 감정의 잔여물은 묻어둔 채

한낱 여름밤 추억의 단상이 된다.

언제나처럼 안온한 일상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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