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진형의 시(20)
전철을 탔다
출입구에 서서
지그시 눈을 감는다
덜그럭거리는 율동을 따라
몸은 좌우로 흔들리고
스치는 유도등이 쥐불이 되어
서서히 돌기 시작한다
어릴 적 영호가 보인다
영상이도 보인다
털모자를 쓰고 귀마개를 하고
벌겋게 타오르는 깡통을 터져나가라 돌려댄다
내 머리도 상모 돌듯 빠르게 돌아간다
전철이 속도를 줄인다
쥐불놀이도 파장이다
눈을 뜨니
중년의 낯선 사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래, 고맙다! 여기까지 잘 와줘서”
* 사진 : (주)천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