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노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트레커 Dec 02. 2020

다솔사 고목

시/ 양진형

사오백 년은 되었을 성싶다

오직 한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이 씻겨준 마알간 공기와

새벽이슬을 머금은 채



시절 인연이 싹 틔운 작은 씨앗 하나

수줍은 듯 빼꼼히

세상에 작은 얼굴 내밀고

새들의 지저귐 어미젖 삼아

둘레는 어느새 한 아름

기상은 저 고대의 오벨리스크



평생 그 누구를 범하지 않으며

새들과 벌레의 집이 되어주고

구름과 바람에게 쉼터가 되었다가

겨울이면 가야 할 때 연상하며

홀연히 나목이 되곤 하였다



이제, 수관의 물 흐른 지 오래

몸뚱이는 육탈 하여 백골만 남았지만  

여전히 줄기와 가지

새와 벌레의 안식처가 되어 주고

몸통은 득음을 하여  

둥치를 손바닥으로 톡톡 쳐도

텅~ 텅~ 텅~ 청아한 목탁소리



바람에 녹아 흙이 되려는 그대는 분명

만해*의 가르침 받아 성불한 스님

아니면 현신한 동리*의 등신불



1) 만해* : 스님 한용운의 호

2) 동리* : 소설가 김동리의 호




다솔사 가는 길. 송림에 오솔길이 정겹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다솔사 대웅전. 뒤편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다



안심료...만해 한용운이 1917년부터 2년 동안 머물며 독립선언서(공약삼장)의 기초를 닦았던 곳이며, 소설가 김동리가 1960년 ~ 1961 단편소설 등신불을 썼던 곳



(좌)만해가 회갑 기념으로 심은 편백나무   (우) 녹차로도 유서 깊은 다솔사 대웅전 뒤 녹차밭



족히 사오백 년은 되었을 성싶은 다솔사 입구 고목


매거진의 이전글 곶자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