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노래

겨울 강가에서

양진형의 시⑩

by 섬트레커

푸른 동백잎에 미끄러진

겨울 햇살이

들창 너머로 쏟아지는

찻집에서

오후의 강가를 바라봅니다


벼를 베어낸 이랑 너머

갈잎이 무리 지어

하늬바람에 흔들거리고

강물에 반짝이는 윤슬 위로는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청둥오리가 두어 마리씩 짝을 지어

사랑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강가 건너 저편으로는

허리를 곧추세운 겨울 산이

창공에 설핏 떠오른 반달을 푯대 삼아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며

입정에 들어서 있습니다


멀리 물가에서 지켜보던 왜가리

겨울 산을 흉내 내

강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며

참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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