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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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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Jan 21. 2021

겨울 강가에서

양진형의 시⑩

푸른 동백잎에 미끄러진

겨울 햇살이

들창 너머로 쏟아지는

찻집에서

오후의 강가를 바라봅니다     


벼를 베어낸 이랑 너머

갈잎이 무리 지어

하늬바람에 흔들거리고

강물에 반짝이는 윤슬 위로는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청둥오리가 두어 마리씩 짝을 지어

사랑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강가 건너 저편으로는

허리를 곧추세운 겨울 산이 

창공에 설핏 떠오른 반달을 푯대 삼아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며

입정에 들어서 있습니다     


멀리 물가에서 지켜보던 왜가리

겨울 산을 흉내 내

강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며 

참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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