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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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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Feb 10. 2021

설날 전야

양진형의 시 ⑬



섣달 그믐날 밤

할머니는 외양간 가마솥에 

쇠죽을 쑤시고      


솥을 말끔히 행군 후 

뜨끈하게 데운 물을 

커다란 고무 대야에 옮겨 목욕하셨다

     

봄날의 안개인 양 

외양간엔 김이 모락모락 

목욕을 마치신 후 

이번엔 그 물로 손주들을 차례로

     

가마솥 물 한 바가지 

이미 체온 잃어 

한 살 더 먹는다는 마음가짐에

윗니 아랫니 덜덜거림 참아내면

     

지켜보던 누렁이 

큰 코 벌렁대며

참 잘한다, 흐뭇하게 눈길 주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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