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로 둘러본, 죽도 상화원~보령해저터널~원산도~안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보령해저터널이 지난 12월 1일 개통됐다. 이 터널의 개통으로 충남 서해안 관광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태안군과 보령시는 각자 내로라는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도 77호선이 원산도에서 단절되는 바람에 연계 관광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벌써 연계 관광이 꿈틀거리고 있다. 해저터널 건설로 보령 대천항~원산도~태안 영목항 사이 14km의 이동 거리가 기존 1시간 30분에서 10분대로 80분이나 단축됐다. 뿐만 아니라 서천, 보령, 태안, 서산, 당진, 아산 등 충남 6개 시·군이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됐다.
해저터널 건설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삽시도, 고대도, 효자도, 장고도 등 원산도 인근의 섬 관광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령시에서는 원산도와 이들 4개 섬을 연계하여 관광 자원화하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후 군산 선유도와 그 일대가 전북 서해안의 핫한 관광지로 부상한 것처럼 앞으로 원산도를 중심으로 충남 서해안 관광의 꽃이 필 것으로 보인다. 주말을 이용, 하루 일정으로 여수에서 아침 일찍 승용차로 출발해 보령~해저터널~태안 순으로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보령 죽도 상화원,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으로 연결된 '한국식 정원'
'조화를 숭상한다'는 상화원(尙和園)은 보령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 사이 죽도에 있다. 죽도는 남포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에 불과했으나 방조제 건설로 이제는 육지가 됐다. 상화원은 20여 년 전, 죽도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조성한 한국식 정원이다.
섬 전체를 둘러싼 2km 남짓한 지붕형 '회랑'은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눈이나 비가 와도 해변 일주가 가능하도록 조성됐다. 회랑을 따라서 석양정원, 한옥마을, 해변연못과 정원, 빌라단지, 하늘정원 등이 해송과 죽림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석양정원은 바다 가까이에서 바위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물보라와 파도 소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으며 환상적인 서해 낙조를 구경할 수 있다.
상화원은 통상 4월부터 11월까지 금·토·일요일, 법정 공휴일에만 문을 연다. 그러나 지난 12월 3일부터 12일까지 보령해저터널 오픈 기념으로 6일간 특별 오픈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관광객의 다녀갔다.
가족 단위로 남녀노소 2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가면 상화원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다. 봄이면 정원에 수많은 꽃들이 만발한다고 하니,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좋을 것 같다. 자세한 관람 내용은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된다.
상화원 인근 관광지로는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바닷길, 성주산휴양림, 보령호, 오서산, 외연열도, 오천항 등이 있다.
대천해수욕장은 상화원에서 보령해저터널 가는 길에 있다. 길이 3.5km, 폭 100m에 달하는 대형 해수욕장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올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세계적인 보령머드축제가 진행됐다. 연중 10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 통행료는 무료
보령해저터널은 그 자체로 관광명소다.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에서 오천면 원산도를 잇는 국도 77호선 보령~태안 간 해저터널로 총길이 6927m다. 이중 해저 구간은 5.2km다. 일본 동경아쿠아라인(9.5㎞), 노르웨이 봄나피요르드(7.9㎞)·에이커선더(7.8㎞)·오슬로피요르드(7.2㎞)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길다. 국내에서 지상 터널까지 합하면 인제 양양터널, 양북1터널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면서도 국비로 건설된 터널이라 통행료는 없다.
2010년 12월 착공하여 약 11년 만에 완공됐다. 해수면에서부터 평균 수심은 24m, 최대 80m의 지점을 지난다. 국내 최초로 해저를 굴착한 터널로, 해수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첨단 신기술이 대거 사용됐다. 상하행선 각각 2차로의 분리된 터널로 진도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1급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참고로 2010년 12월에 개통한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가덕해저터널은 국내 최초로 침매식 공법을 활용하여 48m의 해저에 건립됐다. 부력을 이용해 육상에서 만든 함체(콘크리트 터널)를 운반하여 바다 밑 지반에 차례로 가라앉혀 3.7km를 연결했다.
주말에 찾은 보령해저터널은 도심의 러시아워처럼 전국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교통체증을 겪을 정도다.
현재 원산도는 공사 중, 터널 개통 전보다 관광객 3~4배 증가
해저터널로 연결된 원산도(元山島)는 충남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 10.28㎢, 최고봉 118m, 해안선 길이 28.5km로 보령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11km, 안면도 영목항과는 불과 1.8km 지점에 위치한다. 부근에 삽시도, 효자도, 고대도, 장고도 등이 있다.
해저터널 건설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인근의 섬 관광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보령시는 원산도와 이들 4개 섬을 연계하여 관광 자원화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해저터널이 개통된 후 현재 가장 큰 변화가 진행 중인 곳은 원산도다. 구도로의 재정비와 새로운 도로건설, 펜션·카페 등의 공사가 섬 여기저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원산도의 땅값은 해저터널 얘기가 나오던 2010년 이전부터 외지 부동산 개발업자들로 인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다.
원산도에는 오봉산해수욕장과 원산도해수욕장이 유명하다. 두군 데 모두 해송 숲이 좋고, 수심이 낮지만 백사장이 드넓게 발달하여 가족 혹은 연인끼리 걷기에 좋다. 바닷물도 깨끗하여 물놀이하거나 게를 잡는 등 갯벌 체험이 가능하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푸드트럭 센터가 조성 중으로, 몰려드는 관광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주차장 시설과 화장실도 최신식으로 조성돼 사용하기 편리하다.
원산도에서 가장 큰 마을은 선촌이다. 안면도 영목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곳에 보령해양경찰서 선촌출장소와 농협, 우체국 등이 있다. 식당과 편의점 등도 있어 식사 및 필요한 물품이나 낚시용품도 살 수 있다.
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선촌항을 찾는 관광객들도 부쩍 늘었다. 선착장에서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분께물으니,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손님이 3~4배는 증가한 것 같다고 말한다.
태안 남부권의 관문인 영목항의 변신
원산도 선촌선착장에서 원산안면대교를 건너다보면 우측으로 항구 하나가 보인다.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이다. 청색의 마을 지붕이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태안 남부권의 관문인 영목항은 지난 2018년 해양수산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 공모 선정돼 3년간의 ‘특화개발 사업’을 끝내고 빛과 예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 이로 인해 영목마을은 마을 지붕뿐만 아니라, 벽화, 야간 경관조명 조성 등을 통해 볼거리가 풍부한 마을로 변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영목항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51m 높이의 전망대가 조성되고 있다. 태안군도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몰려드는 관광객 맞을 채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태안의 대표 관광지 고남패총박물관, 안면도자연휴양림, 꽃지해수욕장
계속 국도 77호선을 따라 태안반도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선사시대부터 조상님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고남패총박물관’이 나온다. 태안군은 해저터널 개통 기념으로 보령박물관의 유물을 대여해 12월 1일부터 내년 9월 4일까지 ‘패총 유물’을 주제로 태안과 보령의 신석기 패총 유물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갖고 있다. 고남리 패총 유적과 보령 송학리 패총 유물이 함께 전시된다.
빗살무늬 토기와 조개팔찌 등 다양한 신석기 서해안 패총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고남패총박물관 특별전시 운영 시간은 겨울철(2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하절기(동절기 외 전 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고남패총박물관을 지나면 수령 100년 내외의 국내 최고 소나무 천연림이 울창하게 조성된 ‘안면도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안면송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진한 솔향기에 정신이 맑아진다. 모시조개봉, 바지락봉, 새조개봉, 탕건봉 등 휴양림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도 1시간 이내의 트레킹으로 오를 수 있다.
탕건봉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어 작은 섬들이 오밀조밀 앉아 있는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스카이워크 산책길을 걸어도 좋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 가려면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이용방법을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
이제 이번 드라이브 여행의 종착지 꽃지해수욕장이다. 꽃지해수욕장은 주차장의 크기로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1989년에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이후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물이 빠지면 잔돌들이 박힌 갯벌 지대가 드러나 조개·고둥·게·말미잘 등을 잡을 수 있다. 가족, 연인끼리 해루질을 하는 모습이 정겹다.
꽃지해변의 명물은 역시 할배·할매바위다. 들물 때면 바닷물에 잠기는 이곳은 국내 낙조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양쪽 섬 사이로 저무는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