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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29. 2016

그대 아름다움을 꿈 꾸는가?

꽃이 핀다.


"BLOSSOM"

★  Meet with Flowers,


★★  Blossom,


★★★ Be Flowers.



웨딩홀로 사용되었다는 100평 남짓 한 건물

내부는 리모델링을 기다리는 듯,

이미 철거된 상태였고,

과거의 화려함을 자랑했던

붉은 체리무늬목 사각 기둥이 로비 경계 라인에

덩그러니 버려져 있다.


후텁지근한 6월 날씨는 이미 여름을 예고하듯

등줄기에 땀이 조르륵 흐른다.


허허벌판 고목나무의 생기없고,

느낌도 없이 뻣튕기며 서 있듯이,

내 앞에 공백의 공간이 희뿌옇게 드리워진다.

이 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20대 후반의 젊은 클라이언트는

열정과 확신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첫인사를 하자마자,

공간에 대한 설명에 여념이 없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라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뀔 것에 대한

기구와 설계에 관련 된 필요한 이미지 자료,

엔드유저에 대한 설명,

디자인 설정과 컨셉에 대한 이야기며

색감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디자이너 입장에서

그리 쓸모있게 들리진 않을 수 있지만,

그 안에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충분히

베어 있기에 첫만남이 무척 중요한 다림줄이

기도 하다.

디자인 시안 작업에 쓸모 있을지도

모를 몇가지를 메모해 두었고,

현장 실측으로 그날 일을 마무리 지었다.


한달 반쯤 뒤에 이곳은 멋진 필라테스 요가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첫날부터 그에게 충만했다.


이후 세 네번 정도의 미팅을 마치고,

디자인 컨셉과 방향,

마감과 칼라 선택이 결정된 이후에는

급속도로 빠르게 작업이 진행되었다.


작업 중, 클라이언트가 중간중간 적절한

자기색깔을 표현함으로써,

디자인 작업도 훨씬 수월했다.


한달 반 뒤

"BLOSSOM" 이라는 필라테스 요가원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과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신뢰감이 묻어 있는 말투로 내게 칭찬과 감사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게,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네요.

어떻게 하면, 실장님처럼 할 수 있죠?

이번에 새삼 실장님 직업이 참 멋지다는 걸

느꼈어요. 갑자기 저도 배워보고 싶어졌어요~"


" 하하하~ 그거 단박에 되는 일이 아닌데..."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마땅히 해 줄 수 있는 말을 고를 수 없어 순간 멈칫했다.


어떠한 직업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져서 뚝딱 되는

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뜸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그가 정녕 정답을 듣고 싶어서 한 질문이 아닐 지도 모른다,

단지, 몰랐던 직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약간의 호기심 혹은

관심의 표명이 담긴 질문이었으리라.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피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질문이 있다.


"어떻게 여자인 몸으로...

 이런 일을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이런 질문은 수도 없이 많이 받는 베스트 질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뾰족하게 확실한 답을 가지고

대답한 적은 없다.

그져, 웃으면서 넘기곤 한다.


아! ~~내가 하는 일이 무척 고되고

힘든 일이 맞긴 하다.


정신적인 노동과 육체적인 노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직업이지 않는가?




일을 알고,

좋아하고,

즐기기까지의 나이테는 이미 커졌다.

2016. 7. 28. 佳媛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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